[오마이뉴스 안승배 기자]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전화한 터라 술 한 잔 하자는 내용인 줄 알고 내심 좋았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목적은 술 한 잔이 아니라 "자신이 전세 계약을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상담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갑작스레 그런 내용을 물어보니 저도 약간 황당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도 아닌데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친구들 사이에 네가 부동산 경매한다는 소문이 다 났는데 그런 팁 하나 못 주냐?"
그 친구가 "나중에 소주 한 잔 살 테니 잔말 말고 알려달라"고 하길래 그냥 "오케이"라고 했습니다.
전세권 설정, 꼭 해야 하나?
친구가 털어놓은 고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친구는 기존에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전세 계약이 끝나서 이번에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하나 나왔답니다. 그 집과 전세 계약을 하려는데 꼼꼼하기로 소문난 자기 아내가 전세권 설정을 하자고 했답니다. 친구는 전세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전세권을 설정하면 좀 더 안전하다고 하니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더 알아 보니 전세권 설정을 하려면 집주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가 생각하기에 전세도 귀한 요즘, 귀찮게 전세권 설정을 대뜸 해주는 집주인은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으면 문제없다고도 하니,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내를 어떻게 설득 시켜야 할지 모르겠답니다.
"전세권 설정이 반드시 유리하다 아니다"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전세권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가장 혼동하는 것이 바로 '전세권'과 '확정일자부임차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전세 계약'이라고 하는 '주택 임대차계약'을 하고 전입신고(주민등록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으면 전세권이 생기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법적으로 보면 전세 계약은 전세권을 등기부등본에 기입 등기한 계약만을 말합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전세 계약은 모두 임차권 계약입니다. 따라서 주택 임대차계약을 한 후, 전입신고(주민등록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서 생기는 권리는 전세권이 아니라 확정일자부임차권입니다.
▲ 전세계약시 전세권 설정이 필요한가 광명시 하안동 & 철산동 아파트 단지 |
ⓒ 안승배 |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전세권'과 '확정일자부임차권'
여기서 전세권과 확정일자부임차권의 차이를 조금 더 알아볼까요? 우선,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주택 소유자의 등기부등본에 기입등기를 해야 합니다. 이 말은 임차인이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기입등기를 하는 것은 주민센터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더 들어갑니다. 반면 확정일자부임차권은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으면 바로 발생합니다.
둘째, 전세권 설정은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등이 필요가 없습니다. 기입등기만 해두면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도 그 설정 순위에 따라 전세권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정일자부임차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기 위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고 실제 거주도 필수요건입니다.
셋째, 전세권이 설정되면 경매신청권도 생깁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세권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대인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별도의 법원 판결절차 없이 직접 법원에 경매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확정일자부임차권은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서 승소 판결을 받아야만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기 때문에 승소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 신청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됩니다.
넷째, 전세권 설정 등기 시 단독주택 임차인은 주의해야 합니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전세권 효력은 건물 부분에만 미칩니다. 만약 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건물 부분의 매각 대금에서 보증금 전액이 해결되지 못하면 보증금 잔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확정일자부임차권은 건물 및 대지의 매각 대금 모두에서 우선 배당을 받을 수 있어 문제가 없습니다.
상기와 같이 전세권과 확정일자부임차권은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권리가 임차인에게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 그리고 제 친구에게는 이렇게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아파트지? 집주인이 보증금 갖고 도망갈 것 같아?"
"아니."
"그러면 그냥 이사하면서 등기부등본 확인하고, 곧바로 전입신고해서 확정일자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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