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데블스 케이크 - 천사 VS. 악마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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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저에게 아빠의 손은 따스하고 푸근한 나만의 공간이었습니다.
4살.
처음 아빠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던 그때.
기가 막히게도 또렷하게 남는 기억들이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시간으로 너무 커버린 나를 데리고 가네요.
추운 날씨였나 봅니다.
미숙한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약간의 굳어짐으로 건반 위를 더 헤매고 있었습니다.
손가락 끝의 둔한 아픔까지 느껴집니다.
그로 인한 속상함으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훌쩍거리는 어린 나.
그런데요.
솜이불 속으로 손이 빨려들어 가는 착각에 고개를 들어보니 웃고 계신 아빠의 얼굴.
솜이불은 어린 내가 사랑하는 아빠의 커다란 두 손이였다죠.
이 기억은...
잊을 수도 없는 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빠의 그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나가 먹었던 초콜릿 케이크.
그 시절
또렷한 기억 속, 케이크에 관한 출처와 재료 성분은 확인할 방법이 없으나
식성이 너무나도 비슷했던 부녀는 마냥 행복하게 손가락을 빨고 있었어요. 쪽쪽~
Devil's cake.
북미에서 자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레시피 또한 수도 없이 많은 인기 베이킹.
그런데 왜 이름이 하필이면 저렇냐구요. ㅡ,.ㅡ;;;;
악마만 케이크를 좋아한답니까?
악마만 달달구리를 좋아한답니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 만큼 달콤 쌉쌀한 케이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는 하지만서도
뭐시기...
왠만큼의 달콤함이 지나치면 쳐다도 안 볼 사람들도 많구먼..ㅋ~
일단 간단하게 만들어 볼께요.
좋은엄니의 뜨거운 빵집 베이킹 에세이를 참조하였습니다.^^
'두둥~~둥둥~~'
재료
밀가루 - 165g (중력분), 코코아 가루 - 85g, 베이킹 소다 - 1작은술, 설탕 - 180g,
버터밀크 - 255g (또는 일반우유 - 255g + 식초 또는 레몬즙 - 1큰술 정도), 달걀 - 2개, 달걀 노른자 - 1개 (선택사항), 실온버터 - 125g
버터밀크가 없으신 분들은
일반 우유에 식초나 레몬즙을 떨어뜨려 젓지말고 가만히 놔두세요.
약 10분 이상 지나면 몽글한 형태로 변한답니다.
그때 사용해 주시면 되어요
과정을 시작하게 전에 미리 만들어 두시구요.
큰 볼에 밀가루, 코코아 파우더, 베이킹 소다를 체에 내려 볼에 담아주고
설탕을 또한 함께 넣어 모든 가루류와 함께 가볍게 뒤적입니다.
잠시 옆에.
작은 볼에 버터밀크, 달걀, 실온 버터를 한꺼번에 섞어주세요
버터를 짓누르며 어느정도 으깨어질 정도로.
버터밀크 혼합물을 처음 가루류 혼합물에 넣어 주걱으로 잠시 섞다가
핸드믹서를 이용하여 약 3분 정도 휘핑해 줍니다.
처음에는 낮은 속도에서 시작하여 점점 레벨을 높여주세요.
볼륨을 살려주시면 된답니다.
거품기를 사용하실 경우 허벌나게 돌려주기~^^;
오일을 발라준 둥근 베이킹 틀에 반죽을 붓고
충~~분히 예열된 350도F (180도C) 오븐에서 50분 정도 구워주시면 완성입니다.
각가정의 오븐마다 구워지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아시죠?^^
꼬치 테스트로 확인요망 부탁해욤~
*버터밀크는 점점 저의 베이킹에 있어서 여기저기 습관적으로 쓰이는 요소가 되고가고 있어요.
나오는 결과물의 짙은 느낌은 저도 모르게 자꾸 끌리는 듯 머리에 맴돌고 있기에 말입니다.
*대부분의 데블스 케이크는 초콜릿 프로스팅으로 커버해 주시만
그냥 케이크. 그 자체만으로도 또한 생크림을 케이크 사이사이에 포개어 주지 않아도
바로 이 까만 케이크만으로 충분한 짙음을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원하신다면 마무리는 슈가파우더로 솔솔~^^
나의 아빠를 위한
검은 매력의 케이크.
너무 아름다워...
한국을 방문할 때면 딸을 기다리는 친정 아빠의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씀.
"시차 적응되면 빵 만들어 줄수 있니 딸아?"
"아빠, 오직 빵만?"^^
"아니, 그 시커먼 데브인지 데빌인지 하는 케이크 또한 생각났는걸."
밴쿠버에 오셨을 때 구워드렸던 이 케이크를 잊지 않고 계셨더라죠.
그런데 아부지,
데블이라니까요!!!!!!!!!!!!!!!!!!!!!!!!^^
하긴, 이름이 거시기하기에 상관없기도 한 것 같고.
잠시 혼자 고민해 봅니다.
악마의 이름을 떨쳐버리고 싶다는..
깊은 달콤함.
기분좋은 쌉쌀함.
그 무엇도 비교될 수 없는 촉촉함까지..
큰 조각 하나 접시에 담아 마음 편안히 앞에 놓고 드셔보시길.
저에게 이 녀석을 맛보는 시간은 친정 아빠를 떠올리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돼버린 것 같기에
그냥 그날들을 떠올리며 잔잔히 웃기만 할 뿐입니다.
제 손등에는 동전이 놓여 있었어요.
그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면 피아노를 치는 예쁜 손 모양이 아니라고 하신 아빠의 말씀에
덜렁이 어린 여자아이는 차분함과 신중함을 알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꾸중하시는 엄마 뒤로 아빠의 벌려진 양팔과 손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솜이불 같은 아빠의 손은 어느덧 솜사탕처럼 달콤한 향까지 더하여
행복을 배울 수 있었던 아이였다죠.
친정 아빠와 너무 비슷한 입맛을 갖고 있는 딸은..
.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잊혀질 것, 버려질 것 하나 없는 감사한 기억이 있기에
아줌마의 마음은 아직도 유효 기간 없이 그 시간들을 담고 있는 중.
아빠.
데브인지 데빌인지 헷갈려 하지 마시구요.
우리끼리는 천사의 케이크라고 불러요, 네???^^
아니면..
사랑하는 딸 케이크.
어쩌면 그 이름이 더 좋으신 거죠? 아빠...
이제 곧 5월 8일이 다가오네요.
비행기로도 보내드릴 수 없는 케잌.
마음만이라도..
내게 꿈같은 변함없는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소리없는 사랑의 이슬비가 이제는 나의 보물들에게 이어져 흠뻑 적셔주길 바라며.
이야기와 함께하는 브런치와 베이킹에세이
[좋은엄니의 뜨거운 빵집]
(교보문고 MD의 추천 & 베스트셀러)
배려심있는 손가락 꾸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