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건강]엄마가 유방암이라면, 딸에겐 ‘경보’(Scrap)
Tony the 명품
2011. 5. 12. 22:37
발병 확률 12배까지 높아져
비만·만혼·수유 기피 등 원인
경향신문 | 박효순 기자 | 입력 2011.05.12
서울의 한 의료기관에서 유방암 가족력을 지닌 젊은 여성이 유방 MRI 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의 상징에 종양이 생기는 유방암이 최근 40대 이하 젊은 여성들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발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 통계를 보면 유방암 진료 환자가 2005년 5만8000여명에서 2009년 8만8000여명으로 5년 사이 50% 이상 늘었다. 대한영상의학회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의 유방암 발병 비율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젊은층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여성의 유방암 발병이 증가하는 원인은 현재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고지방, 고칼로리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기피,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의 '유방암 백서'에 의하면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큰 암으로, 환자의 5~10%는 가족성이다.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쪽이 유방암에 걸린 경우 발병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3배 높다. 또 어머니와 자매 모두가 유방암을 앓은 경우는 8~12배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방암 정기 검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유방암 조기진단의 기본은 평소 자가진단법을 통해 유방의 크기 변화와 멍울, 유두 분비물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임상에 적용되는 검진 방법으로는 유방촬영술(맘모그라피), 유방초음파검사, 유방자기공명영상(유방MRI)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방암 진단에 유방촬영술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유방영상의학회는 유방촬영술에 대해 유방이 성장하거나 분화하고 있는 10·20대 젊은 여성의 기본검진법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젊은 여성의 경우 대부분 유방 조직의 양이 많은 '치밀 유방'이어서 유방촬영술만으로는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서구 여성들에 비해 '치밀 유방'의 빈도가 높은 한국인 여성들은 유방암의 1차 진단법인 유방촬영술과 함께 유방초음파를 받아볼 것을 관련 학계는 권장하고 있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암 조기진단에 얼마나 유용할까. 전문가들은 "유방촬영술 대신 유방초음파만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초기 유방암의 징후인 미세석회화 병변이 유방초음파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방초음파는 검사의 시야가 좁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작은 유방암, 범위가 넓지만 미세한 변화를 보이는 '미만성 유방암' 발견에 맹점이 있다. 따라서 1차 검진법으로 한 가지만 시행한다면 유방초음파보다는 유방촬영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차 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가 조직검사 등 확진 검사에서 암으로 판정되는 비율은 1000명 중 6명꼴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유방촬영술이나 유방초음파 등을 단독으로 시행했을 때의 한계점이 드러난 결과다.
유방암 MRI는 유방암 진단뿐만 아니라 유방암의 병기나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양쪽 유방을 비교할 수 있으며 영상이 매우 선명해 미세한 멍울도 찾아낼 수 있다. 유방영상의학회는 "가족력이 있어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젊은 여성이나 유방암 환자의 유방보존 수술 후 검사 등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영상의학과 한부경 교수는 "일반 여성의 경우 30세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방 자가진단을 하고, 40세 이후부터는 유방촬영술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유방암 또는 난소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 유전자 양성인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만 30세부터 시작해 40세 전까지 유방암 MRI와 유방촬영술 검사를 1년씩 번갈아가며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경비다. 일반적으로 유방촬영술은 2만원대, 유방초음파는 20만원대이고 유방 MRI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 이미 유방암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보험적용을 받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10만원 정도이나, 의심스러워 검사하는 환자는 검사결과 유방암으로 나오면 보험적용을 받지만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약 80만원대의 검사비용을 내야 한다.
유방 MRI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서울대 암병원 노동영 원장은 "유방암 가족력과 더불어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6~12개월마다 정기 검진과 검사가 필요하지만 MRI를 가족성 유방암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권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유방 보형물 등으로 인한 판독 장애가 있는 경우, 초음파 등에서 소견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때, 가족 중 환자가 3명 이상(유전성 유방암)으로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유방 MRI를 시행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여성의 상징에 종양이 생기는 유방암이 최근 40대 이하 젊은 여성들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발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여성의 유방암 발병이 증가하는 원인은 현재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고지방, 고칼로리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기피,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의 '유방암 백서'에 의하면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큰 암으로, 환자의 5~10%는 가족성이다.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쪽이 유방암에 걸린 경우 발병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3배 높다. 또 어머니와 자매 모두가 유방암을 앓은 경우는 8~12배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방암 정기 검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유방암 조기진단의 기본은 평소 자가진단법을 통해 유방의 크기 변화와 멍울, 유두 분비물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임상에 적용되는 검진 방법으로는 유방촬영술(맘모그라피), 유방초음파검사, 유방자기공명영상(유방MRI)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방암 진단에 유방촬영술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유방영상의학회는 유방촬영술에 대해 유방이 성장하거나 분화하고 있는 10·20대 젊은 여성의 기본검진법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젊은 여성의 경우 대부분 유방 조직의 양이 많은 '치밀 유방'이어서 유방촬영술만으로는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서구 여성들에 비해 '치밀 유방'의 빈도가 높은 한국인 여성들은 유방암의 1차 진단법인 유방촬영술과 함께 유방초음파를 받아볼 것을 관련 학계는 권장하고 있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암 조기진단에 얼마나 유용할까. 전문가들은 "유방촬영술 대신 유방초음파만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초기 유방암의 징후인 미세석회화 병변이 유방초음파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방초음파는 검사의 시야가 좁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작은 유방암, 범위가 넓지만 미세한 변화를 보이는 '미만성 유방암' 발견에 맹점이 있다. 따라서 1차 검진법으로 한 가지만 시행한다면 유방초음파보다는 유방촬영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차 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가 조직검사 등 확진 검사에서 암으로 판정되는 비율은 1000명 중 6명꼴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유방촬영술이나 유방초음파 등을 단독으로 시행했을 때의 한계점이 드러난 결과다.
유방암 MRI는 유방암 진단뿐만 아니라 유방암의 병기나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양쪽 유방을 비교할 수 있으며 영상이 매우 선명해 미세한 멍울도 찾아낼 수 있다. 유방영상의학회는 "가족력이 있어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젊은 여성이나 유방암 환자의 유방보존 수술 후 검사 등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영상의학과 한부경 교수는 "일반 여성의 경우 30세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방 자가진단을 하고, 40세 이후부터는 유방촬영술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유방암 또는 난소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 유전자 양성인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만 30세부터 시작해 40세 전까지 유방암 MRI와 유방촬영술 검사를 1년씩 번갈아가며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경비다. 일반적으로 유방촬영술은 2만원대, 유방초음파는 20만원대이고 유방 MRI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 이미 유방암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보험적용을 받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10만원 정도이나, 의심스러워 검사하는 환자는 검사결과 유방암으로 나오면 보험적용을 받지만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약 80만원대의 검사비용을 내야 한다.
유방 MRI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서울대 암병원 노동영 원장은 "유방암 가족력과 더불어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6~12개월마다 정기 검진과 검사가 필요하지만 MRI를 가족성 유방암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권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유방 보형물 등으로 인한 판독 장애가 있는 경우, 초음파 등에서 소견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때, 가족 중 환자가 3명 이상(유전성 유방암)으로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유방 MRI를 시행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