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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점포 없애라..강남서 사라진 은행들

Tony the 명품 2014. 2. 4. 08:58

[머니투데이 변휘기자]


"강남권 지점장이 되면 '영전(榮轉)'이라고 하는데 머나먼 옛말입니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하고 지점 통·폐합도 늘면서 점포 임대료가 비싼 강남권 지점이 '1순위' 정리 대상이 됐어요. '내가 문 닫고 나가지만 않았으면···'이란 바람 뿐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지점으로 발령받은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3일 기자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낮은 지점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을 비롯한 부촌에 문 닫는 영업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우리·신한·스탠다드차타드(SC)·씨티은행 등의 최근 영업점 축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KB국민은행의 올해 '남역삼·도곡역·강동롯데캐슬·이수교·성내동' 등 강남4구의 5개 지점을 폐쇄한다. 또 강북권의 부촌으로 평가받는 동부이촌동(이촌동)과 여의도(여의도중앙), 고급 아파트단지가 몰린 성남 분당의 3개 지점(분당미금·분당시범단지·분당양지)도 문을 닫는다.

국민은행이 올해 폐쇄하는 52개 중 대학생 특화점포인 락스타 지점 15개를 제외하면 4분의 1이 서울 안팎의 부촌에 몰린 것.

신한은행은 올해 폐쇄하는 49개 지점 중 13개 지점(26.5%)이 강남4구와 분당, 여의도 등에 몰렸다. 우선 강남4구에선 강남역·도산대로·신사남·압구정로데오·역삼중앙·테헤란로·강동타운·둔촌2동 등 8개 지점이 문을 닫는다. 또 여의도에선 동여의도금융센터·여의도자이 등 2개, 분당에선 서현동·동판교·정자역 등 3개 지점이 폐쇄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고수익 자산가를 겨냥한 프라이빗뱅킹(PB)점포 '투 체어스(Two chairs)' 5곳(잠실·서초·대치중앙·분당·해운대)의 문을 닫았다.

국내 영업점의 대거 감축 계획을 밝힌 씨티은행과 SC은행도 서울 부촌을 중심으로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폐쇄한 12개 지점 중 5개(무역센터 출장소·서여의도·성남중앙·성남하이테크·압구정현대한양)가 강남·분당·여의도 등에 몰렸으며, SC은행은 16개 폐쇄지점 중 10개(강남타운·관세청사거리·도곡남·동판교·분당파크타운·올림픽선수촌·잠실나루역·잠실남·용산파크타워·목동트라팰리스)가 서울 안팎의 부촌에 분포했다.

강남권 등 서울 안팎의 부촌에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집중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익성 악화다. 은행들이 저마다 비용 절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가 비싼 강남권의 영업점을 고집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최근 강남권의 신설 지점들이 1층이 아닌 다른 층에 입점하는 것도 비싼 임대료 탓이다.

또 강남 부촌이 강동과 분당 쪽으로 권역을 넓히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지점을 설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도 이미 은행은 포화상태"라며 "대로변에 위치하거나 대단지 아파트를 끼고 있는 등 지리적 요건이 탁월하지 않으면, 나머진 점포들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을 고집하지 않는 부자들의 투자 성향 변화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강남 소재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부유층의 투자 패턴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은행보다는 조금이라도 고수익을 찾아 증권사를 찾거나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지점장 발령자들의 선호도가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인근 부촌에서 새로운 영업 수요를 발굴할 수 있는 지방의 도심 거점 지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출혈 경쟁 속에서 '문 닫을까' 걱정하면서 강남에 남기보다는 "서울 인근의 남양주·동탄 등 신도시의 영업점이 오히려 실적 올리기에는 낫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변휘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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