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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셀프 서비스'로 해결하라 (펌)

Tony the 명품 2008. 6. 13. 20:05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셀프 서비스'로 해결하라 .별 다방의 위기 커피맛보다 중요한 건?

 
별 다방의 최한결 사장은 요즘 커피 맛이 무척이나 쓰다.

호텔 풍의 호화 인테리어를 내세운 콩 카페가 문을 연 데 이어,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보리 베이커리는 빵 이외에 고급 커피를 별 다방의 반 값에 팔기 시작했다.

최고의 커피 맛과 편안함을 제공한 덕분에 다방업계를 평정했던 최 사장이 아니었던가. '당분간 휴업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크게 벌여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분점 점장들을 불러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에 모인 분점 점장들은 다양한 커피로 승부를 걸자고 제안했다.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얼마 전 단골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커피 메뉴를 30개에서 100개로 늘린 적이 있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주문 시간이 길어지자 고객들이 짜증내기 시작했다. 또 직원들에게 커피 종류를 외우게 하는 데만 꼬박 한 달 걸렸다. 시범 영업은 얼마 가지 않아 막을 내렸다.

늘어나는 고객 요구에 대응하고, 비용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Q
커피 한잔을 들고 저물어 가는 석양을 지켜보는 최한결 사장의 마음은 심란하기 짝이 없다.
그는 5년 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별 다방을 창업한 뒤 눈물 겨운 노력을 기울여 분점만 10개 넘게 열었다. 최고의 커피와 편안함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덕분에 인근의 그렇고 그런 다방들을 평정할 수 있었다. 별 다방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하겠다는 언론의 취재 요청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 받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콩 카페와 보리 베이커리 등 엄청난 경쟁자들이 출현하고 있다. 최근 떠들썩한 광고와 함께 문을 연 콩 카페만 해도 그렇다. 커피 맛은 차치하고라도 매장 분위기가 끝내줬다.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고 편안했다. 특히 콩 카페의 인테리어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당분간 휴업하고 인테리어를 바꿔야 하나?

보리 베이커리는 또 어떠한가. 얼마 전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보리 베이커리는 주력 품목인 빵 이외에 고급 커피까지 팔기 시작했다. 물론 가격은 별 다방의 반 가격에도 못 미쳤다.

최 사장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가격을 내릴 것인가? 인테리어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더욱 다양한 커피 개발에 힘쓸 것인가? 최근 분점 점장들과 함께 한 워크숍에서 많은 이들이 가격이나 인테리어 보다는 다양한 커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맞는 말씀이다. 사실 오늘날의 별 다방을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단골 고객들이다. 커피 마니아인 그들은 스스로 별 다방을 광고하고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좀 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그들이다.

물론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건 쉬운 얘기가 아니다. 최 사장은 지난 1월 본점에서 커피 종류를 기존 30가지에서 100가지 이상으로 늘리는 시범 영업을 한 적이 있었다. 30개의 커피 종류만 해도 기존의 다방들에겐 획기적인 일이었지만, 증가하는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것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당초 우려했던 재고 비용 증가는 견딜 만 했다. 커피는 판매 가격 대비 원가가 낮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먼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만 같았던 단골 고객들이 별로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커피를 요구했다. 단골들 주문을 받을 때면, 바리스타(커피 제조전문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많았고, 주문 시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면 줄지어 선 손님들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곤 했다.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바로 직원 교육이었다. 과거엔 신규 직원을 채용해도 정식 커피 교육은 일주일 정도면 끝났다. 그 보다는 고객 서비스 교육에 치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100개에 달하는 커피 종류를 외우는 데만 한 달이 꼬박 걸렸다. 결국 시범 영업은 한 달 만에 흐지부지돼 버렸다.

머리가 아파온다. 벌써 시계는 자정을 넘어섰다. 별 다방의 최 사장에게 고객 요구도 만족시키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묘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5년 공든 탑이 허물어지는 걸 지켜봐야 하나.

A 수용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고객 요구, '셀프서비스'를 활용하라

별 다방 같은 서비스업을 하다 보면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판단 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커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별 다방으로 돌아가보자.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커피 종류를 30개에서 100개로 늘렸다. 하지만 고객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신규 종업원에게 커피 종류를 교육시키는 데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고객 요구 수용 전략은 예상치 못한 관리 비용 증가 때문에 실패하곤 한다.

그렇다고 고객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한다는 것도 답은 아니다. 서비스업의 생명은 고객 요구에 충실히 응대하는 것이다. 특히 고객은 자신의 요구, 그 중에서도 서비스 제공자인 기업의 규정에 어긋나는 예외적 요구가 얼마나 관철되느냐를 놓고 서비스 품질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회사 규정 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고객님에 한해서만 특별히 서비스해 드리겠다"는 말일 것이다.
교과서적인 답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면서, 즉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에 따른 관리 비용을 유지시키거나 절감시켜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만약 외부 자원을 활용하면 어떨까. 적어도 내부 관리비용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외부 자원으로 소비자를 꼽을 수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일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셀프서비스(self service)'나 'DIY(Do It Yourself)'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일하는 소비자의 시대

지난 3월, 타임(Time) 지(誌)는'세상을 바꾸는 10가지 아이디어(10 ideas that are changing the world)'란 기사에서 '고객 서비스의 종언(the end of customer service)'을 선언했다. 이 기사는 호텔, 소매점, 공항, 수퍼마켓 등의 카운터 점원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할인 마트를 예로 들어보자.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계산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예상해 계산대 점원을 늘려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홈플러스'라는 매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테스코(Tesco)는 고객들이 물건값을 직접 치르는 '셀프-체크아웃 방식'을 일부 매장에 도입했다. 계산대의 점원을 없앤 것이다. 이처럼 셀프 서비스 방식이 늘어나면서 점점 '일하는 소비자'의 시대가 오고 있다. 대신 기업은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왜 소비자들은 스스로 일을 하나?

셀프서비스 또는 DIY란 결국 기존에 기업이 하던 일을 고객이 대신 떠맡는 행동이다. 그런데,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왜 소비자들이 대신해야 할까? 소비자 스스로 기꺼이 노동을 하게 위해 기업은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

①낮은 가격

기업은 기존에 종업원에게 주던 급여나 운영 프로세스 상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2004년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혔던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스웨덴의 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의 창업자이다. 1956년 이케아는 DIY 개념을 가구에 적용시킨다. 바로 조립식 가구의 탄생이었다.

원래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는 완성품을 포장, 운반하고 쌓아두는데 따른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서 이케아의 가장 큰 특징인 플랫-패키징(flat packaging) 방식이 나왔다. 반제품 형태의 제품을 납작한 박스 형태로 유통, 보관,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50여 년 전 이케아의 시도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물류비, 운반비와 창고 비용을 6분의 1로 절감할 수 있었고, 조립 공정 및 배송·설치 비용도 없앨 수 있었다. 결국 이케아는 경쟁사보다 20~50% 저렴한 가격으로 가구를 공급하였다.

캐나다의 탈장 전문병원인 쇼율다이스도 눈 여겨 볼만하다. 이 병원의 병상은 89개에 불과하고 전문 의사는 1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세계 제1의 탈장 전문병원이며, 비즈니스스쿨의 단골 케이스 스터디 소재이다. 유일한 단점은 환자가 너무 많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병원에서 평균 3500 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탈장 수술이 쇼율다이스에서는 1200 달러면 충분하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가장 재미있는 점은 기존에 간호사들이 했던 많은 일들을 환자들이 직접 수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술을 앞두고 수술 부위를 면도해야 하는 고객을 생각해 보자. 다른 병원에서라면 바쁜 간호사를 기다리고 있을 때, 쇼율다이스에서는 환자들이 직접 면도를 한다. 약도 자신이 직접 타야 한다. 환자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고객이 직접 서비스를 수행하게 한 것이 쇼율다이스의 성공 전략이다.

②참여를 통한 만족감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를 누가 만들고 있을까? 가장 적절한 대답은 '아무나'가 될 것이다. 이 '아무나'들 중에 그 누구도 돈을 받고 자료를 올렸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럼 왜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릴까? 왜 포털의 지식서비스에 열광할까? 소비자들에게 재미 또는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만족감을 제공하는 게 참여의 필수 요소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 업체인 만도맵앤소프트가 운영하는 '맵피(Mappy) 마을' 역시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장이다. 도로 정보가 매년 30% 이상씩 바뀌는 현실에서 기업이 모든 정보를 업데이트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이 기업은 대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도를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수 많은 소비자들이 정보를 올리면 회사가 이를 통합해 최신의 지도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업데이트한 최신 정보를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된 지도를 전달 받음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이 회사는 연간 10억 원 이상의 R&D 비용 절감, 매년 100%가 넘는 성장에 매출액 증가율이 116%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③더 높은 맞춤화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고객은 스스로 일하게 된다. 나이키(Nike)의 온라인 사이트에 가면 'NikeID Studio'라는 곳이 있다. 맞춤 신발 설계 사이트이다. 여기서 고객들은 자신만의 신발을 설계할 수 있다. 심지어 신발 뒷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 대량생산돼 나오는 신발에 비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TF에서 실시한 DIY 요금제도 비슷하다. 이는 고객들이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통화·문자·영상·무선인터넷)를 선택하여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만들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자사에서 요금제를 설계해 파는 방식을 벗어나, 일정 범위 내에서 고객들이 스스로 요금제를 설계하도록 한 것이다. 직원의 일을 소비자에게 넘겼지만 고객 만족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별 다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별 다방의 고객들은 더 높은 수준의 맞춤화를 바라고 있다. 달리 말하면 더 높은 맞춤화를 바라는 고객들은 스스로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의 '나만의 커피' 주문법

고객 요구의 수용과 비용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는 별 다방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 1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 역시 똑같은 고민을 했다. 그들의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별 다방의 고민을 풀어보자.

다양한 고객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메뉴 판에 커피의 종류를 무한정 늘리기 보다는 고객들이 맞춤형 커피를 스스로 설계하는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 설계된 커피의 종류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무려 1000개를 웃돈다. 스타벅스의 비법은 무엇일까?

독특한 주문 프로세스, 아니 제품 설계 프로세스에 그 열쇠가 있다. 스타벅스에 가서 '나만의 커피'를 주문하려면 일반적으로 5~6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단계의 순서가 명확하게 표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사이즈를 선택하고 뜨거운 음료, 차가운 음료를 선택한 후 카페인 함량, 에스프레소 추가 요청, 시럽 첨가, 우유 종류 선택의 순서로 주문을 해야 한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직원들이 큰소리로 되풀이해 말한다. 혹시라도 틀리게 주문을 하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된다. 때문에 고객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는 놀랍게도 95%의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덧붙이자면, 고객들의 주문 프로세스는 스타벅스의 커피 제조 순서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는 고객 요구를 수용하면서, 직원을 교육시키기 보다는 고객을 교육시키는 전략을 채택했고 영리하게도 성공을 거두었다. 대대적으로 '내 커피는 내 입맛대로'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주문하는 방법과 순서를 담은 22페이지짜리 책을 출판하기까지 하면서 고객을 교육시켰다.

그렇다면 고객들은 왜 여기에 기꺼이 참여했을까? 참여를 통한 만족감과 성취감이 있었고, 한 차원 높은 맞춤화가 있었다. 스타벅스의 입장에서도 추가적 관리 비용은 필요하지 않았다.

많은 기업들이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버거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조건이 충족되면 스스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외부 직원'이 있다. 바로 고객들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혜택과 참여에 의한 만족감, 혹은 맞춤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라. 고객들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입력 : 2008.05.30 13:14 / 수정 : 2008.06.10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