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말 독일의 젊은 내과의사 힐데 브루흐는 미국 최초의 어린이비만 클리닉을 컬럼비아대에 설립했다. 브루흐에 따르면 설립 동기는 단순했다. 1934년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비대한 아이가 너무도 많아 “놀랐다(startled)”고 그녀는 말했다. “진짜 뚱뚱했다. 클리닉에서만이 아니라 거리와 지하철, 학교에도 그런 아이가 많았다(really fat ones, not only in clinics, but on the streets and subways, and in schools).”
브루흐의 이야기가 지금 유행하는 비만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뉴욕의 1934년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와중에서도 최악의 해였다. 무료급식소(soup kitchens)의 대기 줄이 꼬리를 물었고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빈곤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요즘 흔히들 비만의 원인을 두고 “먹을거리는 넘치고 신체적 활동을 할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에 살이 찐다(we get fat because we have too much to eat and not enough reasons to be physically active)”고 이야기한다. 정부, 비만 연구자, 의사, 아마도 여러분의 개인 트레이너도 그렇게 이야기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PC도 없고 빅맥도 없던 대공황 시절의 아이들이 과체중이 된 이유가 뭘까? 지난 세기 살아남기에도 힘들 정도로 음식이 부족했고, 음식을 구하려면 뼈 빠지게 일해야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과체중이 많았다면 어떻게 비만을 과식과 나태 탓으로 돌릴 수 있나(How can we blame the obesity epidemic on gluttony and sloth)?
당연한 질문이지만 비만과 전쟁을 선포한 기관들로부터는 그 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 최근 그들은 대대적인 비만퇴치 운동에 나섰다. 오는 5월 14일 방영이 시작되는 HBO의 4부작 다큐멘터리 ‘비만의 나라(The Weight of the Nation)’와 “국가적인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 캠페인(a nationwide community-based outreach campaign)”이 핵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HBO와 공중보건 담당 3개 주요 기관[비영리 기관인 의학협회(IOM), 연방정부 기관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 국립보건원(NIH)]의 합작품이다. IOM, CDC, NIH가 하나의 TV 다큐멘터리를 공동 후원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비만의 나라’ 프로듀서 존 호프만이 말했다. “경종을 울려(sound the alarm)” 국가 전체가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하려는 의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 프로그램의 핵심은 ‘에너지 균형(energy balance)’이라는 단순한 개념이다. 과다한 열량을 섭취하고 과소한 열량을 소모하기 때문에 비만이 된다는 논리다(we get fat because we consume too many calories and expend too few). 우리의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우리의 환경을 제어해 유혹을 떨치고 스스로 운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만 있다면, 비만 문제는 자연히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논리는 공중보건 공식 지침, 논평, 조언 등 어디에나 들어 있다. NIH 웹사이트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에 걸쳐 섭취하는 에너지와 소모하는 에너지가 같다면 체중은 그대로 유지된다(The same amount of energy IN and energy OUT over time = weight stays the same)”고 나와 있다. CDC 웹사이트에는 “과체중과 비만은 에너지 불균형에서 비롯된다(Overweight and obesity result from an energy imbalance)”고 충고한다.
문제는 이 다단계 캠페인의 해법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비만과 싸우는데 사용해 온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 해결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는데도 왜 바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왜 효과가 없었는지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중(We are struggling to figure this out)”이라고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이 지난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2001년 CDC의 비만 전문가 윌리엄 디츠를 취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주요 업적이 어린이 비만을 “주요 사회 이슈로 부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어린이 비만은 미국의 중요한 건강 문제로 널리 인식된다(It’s now widely recognized as a major health problem in the United States)”고 당시 디츠가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미국의 비만 어린이는 몇 백만 명이나 더 늘었다.
그러나 더욱 신빙성 있는 대안 이론(alternative theory)이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거의 무시된 이 이론은 정당(精糖, refined sugar)과 곡물(grain) 등 특정 식품을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 식품이 인슐린(insulin)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지방 축적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만약 이런 호르몬 결함 가설(hormonal-defect hypothesis)이 옳다면 ‘모든 열량은 똑같다’는 통념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의 식품경제 전체를 바꾸고 건강한 식단(healthy diet)에 대한 통념을 수정해야 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희한하게도 이런 영양소-호르몬-지방의 상호작용(nutrient-hormone-fat interaction)에 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의학 교과서를 보면 지방세포가 비대해지는 이유(why our fat cells get fat)를 바로 이런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퇴치 담당 기관들은 그 다음 단계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비대한 지방세포가 결국 우리를 비만으로 만든다는 사실 말이다(fat fat cells lead to fat humans). 그들은 인슐린이 지방세포에 지방 저장의 수위를 조절하며(insulin regulates how much fat gets trapped in your fat cells), 요즘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 종류가 인슐린 수치를 크게 높인다(the kinds of carbohydrates we eat today pretty much drive up your insulin levels)는 사실까지는 인정한다. 그러나 개별 지방세포는 그런 식으로 비대해지지만 우리 몸 전체가 비대해지는 이유는 그와는 상관이 없다(the reason an entire human gets fat has nothing to do with it)고 믿는다. 한마디로 그들은 많이 먹는 게 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비만의 호르몬 가설은 대공황 시절 뉴욕의 비만 어린이가 왜 생겼는지 잘 설명해 준다. 극단적인 빈곤 속에서 살았던 그들이 너무 많이 먹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음식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문제는 그들의 식단을 구성하는 요소가 설탕, 정제 밀가루(refined flour), 전분(starches)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음식은 가장 저렴한 열량원이며, 준비나 보존이 어렵지 않고, 맛도 좋다. 생물학적 원리에 따르면 그런 식품이 우리를 비대하게 만든다. 반면 지방, 단백질(proteins), 푸성귀(green leafy vegetables) 같은 식품은 그렇지 않다.
이런 가설이 옳다면 IOM, CDC, NIH의 비만퇴치 운동이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가망 없는 이유는 대중이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자제력이 없기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노력이 문제의 근본 원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these efforts are not addressing the fundamental cause of the problem). 흡연자에게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게 한다고 폐암이 예방되지 않듯이 처방이 틀렸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