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5호 (2014.07.21) |
![]() ![]() “임상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모델 중 85~90%가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다.” |
생쥐와 환자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목표는 서로 다른 화학요법에 대한 종양의 독특한 반응에 기초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찾는 것이다. 환자의 종양 조직을 떼어내 면역체계가 없도록 사육된 실험용 쥐에 이식한다. 면역체계가 없기 때문에 만약 그 쥐의 종양이 약에 반응한다면 그것이 약 때문이라는 게 확실하다. 따라서 약이 종양과 어떻게 싸우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 다음 과학자들은 각각의 쥐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약을 따로 또는 혼합해서 실험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약이 환자의 종양과 싸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판단한다.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사업은 존스홉킨스대의 의사들이 실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그 의사들은 항암제가 암 치료에 효과적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대표인 로니 모리스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임상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모델 중 85~90%가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다. 수천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항암제가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는 게 너무도 한심했다.”
모리스는 지난 2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이 사용한 실험 모델이 전부 가장 공격성이 강한 종양의 복제세포를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의 암에서 발견되는 복잡성을 고려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그 복제된 종양을 괴사시키는 약을 찾아내고는 그게 최고의 항암제라고 말한다. 그 다음 임상실험에 들어가면 그런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모델은 그와 완전히 다르다. 20년 된 세포주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세포를 직접 떼어네 실험한다. 모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환자의 종양에서 조직을 떼어내 숙주 환경에서 인간 종양으로 배양한다. 그 종양을 대상으로 다양한 항암제를 실험하면서 어느 약이 가장 효과적인지 찾아낸다.”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독성 강한 화학요법을 시험하지 않고 체외에서 진행되는 실험이다.
실제 절차는 이렇게 이뤄진다. 환자의 종양에서 충분한 조직을 채취해 24시간 안에 가장 가까운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실험실로 보낸다. 그 종양 조직을 잘게 나눠 각 실험용 쥐의 옆구리와 신피막(腎皮膜)에 이식한다. 몇 마리에게 실험하느냐는 환자의 종양 전문의가 선택한 항암제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 다음 종양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그 조직을 떼어내 더 많은 실험용 쥐들에게 이식한다. 보통 20~30마리 수준이다. 각각의 항암제 또는 혼합 항암제를 투여하는 실험군 쥐와 대조군으로 나뉜다. 그 후 환자의 필요에 맞춰 실험이 시작된다.
종양 유전자를 분석한다
2012년 6월 로즈와 그의 아내 조슬린 섀피로는 마키와 함께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로즈는 수년 에 걸쳐 다양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암은 다시 맹렬한 기세로 재발했다. 의사들은 이미 그의 목 안에 생긴 종양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특정 변이를 확인하고 그것을 표적으로 하는 두 가지 약을 사용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 화학요법은 독성이 너무 강해 그는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었고 머리가 다 빠졌으며 걸을 수도 없었다. “심지어 눈썹도 다 빠졌다”고 로즈는 말했다.
이전에 그들은 종양의 작은 조직을 챔피언스 온콜로지사에 보냈다. 그러나 양이 너무 적어 충분히 배양할 수 없었다. 로즈의 아내 섀피로는 이렇게 말했다. “에번이 목에서 종양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하기 전 날 그들에게 연락해 그 종양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들은 ‘그게 최고’라고 대답했다.” 로즈는 마키와 여러 종양 전문의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챔피언스 온콜로지 측에 자신의 종양을 대상으로 실험을 의뢰할 약 8가지를 선별했다.
그 실험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4~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 로즈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진짜 고통스러웠다. 폐에 물이 찼다. 폐에서 종양이 튀어나왔다. 한 의사는 나에게 ‘효과 있는 항암제를 찾지 못하면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는 생쥐 아바타가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때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챔피언스 온콜로지가 실험한 혼합 항암제 중 하나가 실험용 쥐에 큰 효과를 나타냈다. 로즈의 암은 육종이었다. 근육과 혈관 같은 부드러운 조직에서 성장하는 희귀 암이었다.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낸 혼합 항암제는 주로 어린이 환자의 육종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약이었다. 어린이 환자에게 효과 있는 약이었기 때문에 로즈의 몸에는 잘 맞지 않았다. 그 약은 그를 더 약화시켰다.
의사들은 항암제 투여 기간을 늘려야 했다. 매일 아침 15분의 정맥 주사 투여와 5일간 매일 밤 ‘진짜 큰 알약 두 개’를 복용했다. 그 뒤 한 주 동안 완전히 맥을 추지 못했다. 로즈는 3주 마다 한 차례씩 1년 동안 그런 화학요법을 받았다. 그러자 드디어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로즈는 “의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그들은 ‘육종에서 이런 효과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로즈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로즈와 의료진은 그의 종양과 싸우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짜야 했다. 종양 유전자가 변이하면서 약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과학자들도 로즈의 치료에 완전히 통합돼야 했다. 수술 가능한 큰 종양을 잘라내 남아 있는 변이 종양을 치료할 새로운 약을 계속 찾아가는 전술이다.
로즈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암은 너무도 희귀하기 때문에 챔피언스 온콜로지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흔한 암의 경우 임상실험이 수없이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 많고 지침도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내 암은 달랐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인체실험의 대상이었다. 7년이나 그랬다. 지나친 표현인지 모르지만 나보다는 생쥐가 그 실험 대상이면 좋겠다.”
![]() ![]() 환자의 종양에서 조직을 떼어내 숙주 환경에서 인간 종양으로 배양한다. 그 종양을 대상으로 다양한 항암제를 실험하면서 어느 약이 가장 효과적인지 찾아낸다. |
사형 집행유예
이런 형태의 치료에서 큰 단점 중 하나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다.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용도의 항암제 사용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챔피언스 온콜로지의 과학자들이 특정 약이 로즈의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해도 보험 대상은 되지 못한다.
로즈와 그의 아내 섀피로는 완벽한 항암제를 찾기 위해 챔피언스 온콜로지 측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아무튼 비용이 엄청났다”고 로즈는 말했다. “그나마 내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할 형편이 못 된다는 사실에 약간 죄책감을 느낀다.”
로즈의 종양 전문의 마키는 비용 때문에 그런 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아주 비싼 치료법이다. 그 돈을 환자가 대야 한다. 그럴 수 있는 환자를 별로 보지 못했다.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청구된다.”
종양 유전자의 변이 형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유전자 검사도 최소 500달러에서 최고 1만 달러가 든다. 그러나 이 사업에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면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파이저를 떠나 특정 종양 변이를 표적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한 척 봄은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 암 치료는 정밀의학에만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종양의 유전자 검사는 이미 표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슬론-케터링, 데이너-파버, MD 앤더슨 같은 대형 암 병원에서는 모든 환자의 종양 유전자 검사가 기본이다. 일부의 경우 건강보험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정밀 암 진단과 치료가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메디신 같은 기업체가 종양 유전자 검사를 시작했다. 에디코 지놈사는 유전자 검사 회사들이 종양 유전체의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형 칩을 개발했다. 콜로비스 온콜로지사도 표적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비영리기관 클리어리티 재단은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적합한 분자 치료법을 추천해준다. 그 재단은 난소암 진단을 받은 한 과학자가 자신의 암 종류를 분석하는 실험실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 받고 설립했다.
결국은 비용이 문제
암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자신에게 잘 듣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살아 버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그 말이 어느 때보다 실감이 난다. 물론 아직은 암 진단이 사형선고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로즈의 경우는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로즈는 7년 동안 독성 강한 화학요법을 받고 수많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그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 지금 그는 명함이 3개나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디자인 회사의 창업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 도시개발학과 실무 교수이면서, 뉴욕시에 있는 또다른 디자인 회사의 대표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로즈 부부는 아들도 낳았다. 그 아들이 벌써 만 세 살 반이다.
여러 면에서 로즈는 암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 에이즈가 반드시 사형선고는 아니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에 충격을 준 것과 마찬가지다. 한때 사형선고로 간주됐던 암이 이제는 정기적인 치료만 요하는 만성 질병이 된 것이다. 로즈의 아내 섀피로는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일시적인 치료밖에 없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암 관리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그게 실패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실패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몸 안의 질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뉴스위크가 로즈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또다른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기 직전이었다. 로즈는 “종양 한두 개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수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 우리에겐 멋진 아들이 있다. 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충만한 인생이다. 내게는 암이 하나의 성가신 상태일 뿐이다. 하나의 골칫거리에 불과하다. 물론 많은 불편하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암을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병으로 생각한다. … 매년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년 기회가 늘어난다. 난 아들의 결혼식 때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