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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Scrap)

Tony the 명품 2015. 6. 7. 14:22


권리금 회수 못할 땐 건물主 상대로 반환訴 가능… 재건축 이유 ‘비워달라’ 할땐 보호 못 받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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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의 의미·전망

지난 5월 12일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그간 ‘지하세계’에 있던 33조 원 규모의 상가 권리금 시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임대인의 ‘갑질’ 때문에 세입자가 공들여 꾸려온 가게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등의 피해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입자 간에 거래되던 권리금을 법으로 보장함에 따라 부작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의 배경, 의미, 전망 등을 다뤄봤다.

1 상가 권리금이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장사가 잘 되는 목 좋은 가게(상가)에 들어갈 때 그 가게에서 현재 영업 중인 업주에게 보상이나 대가의 성격으로 얹어주는 일종의 ‘자릿세’라고 볼 수 있다. 임대 보증금과 월세는 정식으로 맺은 계약에 따라 세입자가 상가 주인(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돈인 반면, 권리금은 현재 세입자에게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사적으로 주는 돈이다. 통상 지역(바닥) 권리금,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으로 구분한다. 지역 권리금은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 등 지리적 이점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의 대가이고, 시설 권리금은 내부 진열장, 냉·난방 설비 등 유형물에 대한 대가다. 영업 권리금은 영업활동으로 인해 확보한 고객, 명성, 노하우, 신용 등에 대한 대가다.

2 권리금 피해사례는

상가 권리금을 주고받는 행위는 지난 수십 년간 관행으로 굳어져 왔지만 명확한 개념이나 기준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분쟁이 빈번히 일어나고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2002년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제정돼 세입자 생존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권리금 관련 사항은 제외돼 있었다. 법적 보호수단이 마땅치 않아 세입자끼리 갈등은 물론이고 임대인 개입에 의한 권리금 미회수 문제까지 불거졌다. 예컨대, 상가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는데 새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 세입자끼리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장사가 잘 되는 세입자 가게를 주인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주인이 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전 세입자에게 지급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사실상 쫓겨나게 되는 셈이다.

3 개정안 마련 과정

2013년 국회에서 상가 권리금을 법적 테두리에 넣기 위한 ‘상가 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상가 권리금이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게 쉽지 않았고, 건물 주인의 재산권 침해 우려 지적도 나오면서 더디게 진행됐다. 세입자 간, 임대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상가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 언급 후 7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고,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돼 지난 5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5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각각 통과했다.

4 손해배상소송 청구는 어떻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세입자가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고 이를 어길 경우 세입자가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을 보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종료 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임대인의 방해를 받아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졌을 때 세입자는 임대차 종료 후 3년 이내까지는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은 신규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5 손해배상 면제되는 경우는

임대인의 권리금 손해배상 면책 사유도 있다. 현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 후보자가 보증금이나 월세를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세입자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면책 사유에 포함됐다.

상가를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할 경우를 손해배상 면책 대상에 넣은 데 대해서는 임대인의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주인이 교회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면서 나가라고 한 뒤 1년6개월만 버티면 새 세입자를 구해 권리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소송은 비용이나 심리적인 면에서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전 당사자 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17개 광역시·도에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이 개정안에 포함됐다가 막판에 빠졌다. 여야는 추후 논의를 통해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6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변화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임대 보증금에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수치인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규모에 관계 없이 누구나 5년의 영업기간(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임대인은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기존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이 서울 4억 원 이하, 과밀억제권역 3억 원 이하, 광역시 2억4000만 원 이하, 기타 지역 1억8000만 원 이하 등 일정 금액 이하여야 5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줬다.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이었는데 실제 환산보증금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아 이번에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계약갱신청구권을 주기로 했다. 임대료 인상률 연 9% 제한의 경우 여전히 서울 4억 원 이하 등 환산보증금 제도를 유지키로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7 권리금 산정은 어떻게?

권리금에 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없다는 점이 분쟁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권리금 감정평가 기준을 만들어 공개키로 했다. 상인의 재산을 유·무형으로 구분하고 유형재산은 구입 가격을 따지는 원가법을, 거래처나 위치, 노하우 등 무형자산은 장래 예상 수입을 기준으로 보는 수익환원법을 각각 적용하는 것이 큰 틀이다. 객관적인 감정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정평가 방법과 절차 등을 정하는 수준으로, 국토부는 개별 상가의 권리금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방안은 이달 중순쯤 발표될 예정이다.

권리금 표준계약서도 만들었다. 현재 국토부나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권리금액, 계약 현황, 권리금 대가로 인정돼야 할 대상 범위를 특정해 게재토록 했다. 권리금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권리금 수수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해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8 개정안 적용 제외 대상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내 가게들은 대부분 이번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개정안의 권리금 적용 제외 규정을 보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 점포(매장 면적 합계가 3000㎡ 이상)나 준대규모 점포(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의 일부인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백화점의 경우 권리금 수수 관행이 없고 판매금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외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이 의견이 반영됐다.

특히 백화점을 포함해 대규모 점포, 준대규모 점포까지 범위가 늘어나면서 전통시장 상인도 여기에 포함되는 등 사각지대가 생겨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세를 놓는 전대차, 고속도로 휴게소 등 국유재산 관련 계약도 이번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9 임대인들의 불만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도 법 적용을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소급 입법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권리금에 대해 부담을 질 필요가 없었던 임대인들이 개정안 시행으로 예상치 못한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세입자 간 권리금 거래에서 이득을 본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재산권 침해만 당하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입자 선택권까지 침해당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 건물주들을 중심으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경우, ‘정당한 이유’와 ‘고액의 차임’ 등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줄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임대인이 처음부터 권리금을 감안해 보증금과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도 뒤따를 전망이다.

10 재개발·재건축의 경우는?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과 재개발의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임대인이 재건축 등을 이유로 세입자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하면 법에 명시된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현재 상가 임대차 피해 사례 중 60% 정도가 재건축으로 인한 피해임을 고려했을 때 이후에도 꾸준히 재건축 문제로 인한 상인들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협회 상담사례를 보면 재개발·재건축을 핑계로 임차인을 쫓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논의는 용산참사에서 시작됐는데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돼 실망이 크다”고 논평한 뒤 재개정을 요구했다. 국회도 부랴부랴 보완책 마련에 들어갔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경우, 최근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권리금 보호 규정을 예외로 둔 부분 등에 허점이 없는지를 검토 중이다.

박수진·장병철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