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혹시 은퇴이민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Scrap)

Tony the 명품 2013. 2. 16. 16:49
지난 20여 년간 세계인들의 최대 화두는 ‘세계화’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세계화의 장기적인 영향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노동과 자본 분배의 대폭적인 효율화를 이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기업들은 생산이나 연구 기능을 이전하기만 하면 다른 나라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전자제품 공장은 중국으로, 제화 공장은 동남아로, 콜센터는 인도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은퇴가 해외 아웃소싱의 새로운 개척 분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똑같은 돈에 더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오늘날 거의 모든 선진공업국에는 계산에 밝은 정부 통계 전문가들이 고령화 인구 증가에 따른 부족한 연금 재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연금 급여를 줄이고, 은퇴 연령을 올리고, 세율을 만지작거리거나 긴축 조치를 하는 식입니다. 한편 은퇴자들도 나름대로 지출을 줄임으로써 은퇴 후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립니다. 똑같은 연금수령액으로 더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이주하는 식이죠.

고정수입으로 살아가려면 일을 더 오래 하거나 연금을 더 많이 얻어내서 보유자산을 늘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생활비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해외로 이주했을 때 삶의 질에 변화가 없거나 혹은 더 좋아졌는데도, 지출은 대폭 줄어든다면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요. 더구나 지금은 쉽게 해외여행을 하고 이동 경비도 싸게 먹히는 시대이지 않나요?


에이온(Aon) 컨설팅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아일랜드, 독일의 경우 국내에 남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나라에 가서 연금을 쓰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영국 전국연금펀드협회(NAP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 전체 연금생활자의 3분의 1이 은퇴 후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밝혔으며, 46%가 “더 생활비가 적게 드는 나라로의 은퇴를 고려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이 선호하는 나라는 스페인, 캐나다, 키프로스 등입니다. 아마 연금이 더 감소하게 되면 더 먼 곳의 색다른 지역도 인기를 얻게 될 것으로 NAPF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언어, 날씨, 문화, 저렴한 생활비가 선택의 기준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여기에는 먼저 언어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본인 은퇴자들은 언어와 문화적인 이유로 해외로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프랑스 은퇴자들이 꼽는 최고의 해외 은퇴지는 아프리카입니다. 또한, 영어 사용자들에게는 대안이 훨씬 더 많은데요. 영국 출신 연금 생활자들은 캐나다, 미국,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각지로 진출할 듯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유럽에선 스페인이 영국과 독일 은퇴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지방의 50세 이상 인구 중 15%가 외국인일 정도이니까요. 

미주에선 중남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파나마,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은 저렴한 생활비, 기후, 가까운 거리 덕분에 언제나 사랑을 받습니다. 바닷가 마을을 따라 외국인 타운이 형성되면서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에콰도르의 쿠엥카 시는 최근 미국 잡지 <인터내셔널 리빙>에서 해외 최고의 은퇴지로 평가받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림 같은 경치와 문화, 따뜻한 날씨, 게다가 600달러면 한 쌍의 커플이 한 달 동안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 요금은 12센트, 휘발유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3.8L당 2달러입니다. 특히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 때문에 최근 이곳은 의료관광 천국이 됐습니다. 외국인 은퇴자를 겨냥한 패키지를 살펴보면, 24시간 의료지원, 식사, 청소, 세탁 서비스가 딸린 간병 서비스를 한 달 비용 450달러 선에 제공합니다. 65세 이상의 외국인 은퇴자는 한 달에 800달러 이상의 연금 수령을 입증하기만 하면 이 나라에 살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은퇴의 새로운 개척지입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들에 있어 ‘외국인 은퇴자’란 복덩어리이자 외국인 투자와 자본의 원천인데요. 많은 나라가 이들을 더 유치할 목적으로 법과 세제를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이 세컨드 홈(My Second Home)’ 프로그램은 아시아 출신의 부유한 은퇴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정부 정책입니다. 50세 이상에 35만 말레이시아 링기트(약 1억 3,000만 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1만 링기트(약 360만 원)의 월소득 증명이 있으면 정부에서 소셜 비지트 패스(Social Visit Pass : 10년짜리 갱신 가능한 일종의 복수 입국 비자)를 내줍니다. 이 밖에도 아동을 위한 공공교육, 소비세나 통상적인 관세가 붙지 않는 자동차 구입, 시간제 근로 허용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은 약 1만 8,000명의 외국인 은퇴자들을 끌어들였으며, 그 중 일본인과 중국인이 작년과 올해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필리핀과 태국의 경우 각각 ‘SRRV’ ‘O-비자’라는 간편한 은퇴 비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은퇴이민도 노후생활의 일부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외국에서의 은퇴생활은 부유층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그 반대 현상이 갈수록 일반화되고 있는데요. 자국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건 실상 중산층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생활비가 더 낮은 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MGM 어드밴티지(MGM Advantage)에 따르면, 영국 은퇴자의 연간 평균소득은 1만 5,500파운드 선이지만 은퇴자가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2만 2800파운드로 추산됩니다. 32%가 부족한 셈힙니다. 

외국에서의 은퇴생활이 새로운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올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베스트 엑조틱 메리 골드 호텔 (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 영화는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 은퇴자 그룹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웹 영국 연금장관조차 퇴직연금제도 관련 발언에서 해외 은퇴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을 퇴직연금에 가입시키면 수백만 명이 더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기호에 따라 앞으로 어디서 은퇴생활을 할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같은 나라들은 이미 외국에서 은퇴생활을 한 역사가 깁니다. 이젠 다른 나라들이 그 뒤를 무섭게 따르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과 현대적인 통신기술 덕분에 외국에 나가 산다고 해서 가족과 연락이 끊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활동적인 은퇴자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느끼는 은퇴자들도 많습니다. 여기에 지적· 사회적인 자극을 얻는 추가적인 이점도 있으니 은퇴 이민을 꺼릴 이유가 있나요? 

은퇴 이민 전 이것만큼은 반드시

· 내 연금으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가? 
· 건강보험은 잘 돼 있는가? 
· 세금 문제는 어떠한가? 
· 연금급여를 어떻게 수령하는가? 
· 은퇴자로 간주려는 기준 연령은? 
· 은퇴자들이 특별 수당을 받는가? 
· 거주요건은 어떤가? 외국에서 토지의 소유가 가능한가? 
· 범죄율은 낮은가? 
· 새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 가사 및 정원 관리 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가? 
· 고국의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볼 수 있는가? 
· 좋아하는 고국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가?

*출처_삼성생명 은퇴저널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