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무리해서 새차 사려는 그대에게(scrap)

Tony the 명품 2013. 5. 20. 12:43

 오종훈의 단도직입 | 2013.05.20

 

공장에서 막 나온 번쩍거리는 새차가 주는 만족감은 주차장에서 먼지 뒤집어쓴 채 서 있는 중고차와 비교할 수가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만족감을 위해 지불해야할 비용은 너무 크다. 능력이 있으면 말릴 이유가 없다. 새차를 살 능력이 있다면 새 차를 사고 그 기분, 그 만족감을 충분히 누려도 된다. 


하지만 새차 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새차에 목매고 있는 건 아니다. 능력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간단하다. 현금이다. 현금으로 차 값을 지불할 수 있으면 새 차 사도 된다. 그게 안되면 중고차가 답이다. 물론 중고차도 현금지급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가진 돈 안에서 차를 사라는 말이다.  


돈 없으면 차를 안 사는 게 맞다. 할부나 리스 등의 금융상품을 이용해 차를 사는 건, 다시 말해 빚을 지고 차를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빚을 진다는 건 차를 살 능력이 안된다는 말임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빚은 빚을 부르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는 어떻게든 상품을 팔기 위해 경제적 능력이 안되는 이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구매를 유도한다. 


능력에 맞춰 차를 사라. 있는 돈에서 차를 사라. 있는 돈에서 차를 사려면 새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매달 10만대 안팎의 신차가 팔린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과소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금 1,000만원을 쥔 사람이 새차를 사는 것과 중고차를 사는 경우를 잠깐 비교해보자. 쏘나타를 예로 든다. 2013년형 쏘나타 더브릴리언트 프리미엄의 신차 가격은 2,785만원이다. 1,000만원을 주고 남은 금액을 24개월 할부로 지불하는 경우 매달 70-8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2년후 그 차의 가격은 대략 24% 정도가 떨어져 2,100만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10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는 경우를 보자. 이 돈이면 2007년식 NF 쏘나타 정도를 살 수 있다. 새 차를 살 경우 매달 내야하는 할부금 70만원 정도를 매달 저금을 하면 2년후 1680만원에 약간의 이자가 더해진 돈을 모을 수 있다. 신차와 같은 감가율 24%를 적용하면 차 값은 760만원으로 떨어진다.  


새 차를 산 경우와 중고차를 산 경우 2년후를 비교해 보자. 새 차를 사면 2년후 2,100만원 짜리 차 한 대가 수중에 남는다. 중고차를 산 경우는 1,700만원 가량의 현금과 760만원짜리 중고차가 남는다. 약 2460만원의 자산을 갖게 되는 셈이다. 중고차를 처분하면 2400만원짜리 차를 살 수 있다. 2년이 4년이 되고 10년이 되면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차 살 돈 1,000만원도 없다면 500만원짜리 중고차로 시작해도 된다. 5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고 2년 저금해 돈을 모으고 차를 처분한 돈을 보태 조금 위급의 중고차로 갈아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다. 당장 월급을 받으니 돈은 없지만 할부를 이용해 새차를 사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크게 손해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자를 내는 삶이냐, 저축을 하는 삶이냐다. 


중고차를 산다고 중고차를 할부로 사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중고차 할부금리는 신차 할부 금리보다 훨씬 높다. 더 비싼 이자를 내야하는 것이다. 중고차를 사되 반드시 현금을 주고 살 것. 카드 일시불로 결재하면 포인트만큼 할인받는 효과도 누리게 된다. 


물론 중고차의 위험이 있다. 잦은 고장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고차를 구입할 때 100만원 전후를 투자해 손보고 타면 큰 무리 없이 차를 운행할 수 있다. 차가 말썽을 부릴 확률은 중고차라고 높은 게 아니다. 신차도 속 썩이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를 잘 관리해서 탈 생각을 하는 게 훨씬 이롭다. 

중고차는 신차보다 등록비도 훨씬 싸고 보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자동차 세금도 시간이 갈수록 싸진다. 생각보다 중고차가 갖는 매력은 크다. 


꼭 이때문은 아니었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첫차는 중고차로 시작했다. 친구가 타던 3-4년된 프라이드를 200만원주고 입양해 몇 년간을 잘 탔다. 사실 중고차를 산 것은 돈이 없어서다. 새 차를 살 여유도 없었고 워낙 박봉이어서 매달 할부금을 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행히 프라이드는 잔고장 없이 잘 달려줬고 자동차에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만일 첫차를 할부로 새차를 구입했더라면 생활은 훨씬 더 쪼들렸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새 차 욕심내지 말고 중고차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폼도 안나고 옹색해보일지 몰라도 능력 안에서 현금주고 중고차를 사서 알뜰하게 저축하고 사는 게 지혜로운 일이다. 


어차피 새 차는 인도받는 순간 중고차가 되는 법이다. 며칠 세차 안하고 먼지 뒤집어 쓰고 돌아다니면 새차나 중고차나 큰 차이 없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