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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의 마케팅전략] 좋은 언어가 사업 성공을 만든다 (Scrap)

Tony the 명품 2014. 6. 22. 07:31

 

언젠가 조직관리를 잘하는 음식점 사장님과 식사를 하게 됐다. 그분은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많은 점포를 별 탈 없이 잘 운영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경어(존댓말) 사용’이라고 대답했다.

다점포를 운영하려면 직원들이 장기근속하고 조직이 안정돼 있어야 한다면서 직원들 간에 반말이 오가거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하면 시비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시비가 생기면 관계가 나빠져 이직이 잦아진다. 그래서 누구든 입사하면 직책을 막론하고 서로 존대어를 사용하게 한다는 게 그 사장님의 말이었다. 존대어를 사용하면 사람 사이에 생기는 시비와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는 가맹점주가 ‘왕’이다.

가맹점 성공이 가맹본부 성공의 지표이고 가맹본부의 존재목적이며 가장 뛰어난 마케팅 수단이다. 수많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업계에서는 가맹점 하나를 유치하는 데 수천만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가 좋으면 마케팅비도 절약하고 가맹점주들의 입소문과 추천에 의해서 점포가 늘어나는 걸 기대할 수 있다. 가맹본부와 사이가 좋은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필요한 훌륭한 영업사원 몇 명 몫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가맹본부들은 그런 가맹점주를 어떻게 대하는가.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부르는 호칭에는 가맹점을 대하는 가맹본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남다른감자탕(www.namzatang.com)은 가맹점을 ‘형제점’이라고 남다르게 부른다. 남자들의 감자탕을 콘셉트로 남성다운 의리와 진실함, 남자다운 화끈함, 남성들의 건강에 좋은 건강보양식 등을 강조하는 남다른감자탕은 가맹본사와 가맹점의 관계에서도 의리를 강조한다.

가맹점을 개설해줄 때는 몇 차례 면접을 거쳐서 깐깐하게 허락하지만 일단 개설해주고 나면 해당 가맹점이 장사가 잘되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은 본사의 몫이라는 게 남다른감자탕 이정열 대표의 철학이다.

의리를 강조하다 보니 가맹계약 절차도 동맹절차라는 표현을 쓰고 가맹상담도 동맹상담이라고 표현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의리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가맹점주가맹점 직원 간의 의리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모든 가맹점은 탈의실과 가맹점 직원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오래전에 점포를 개설해 탈의실과 휴게실이 없는 매장은 가맹점이 관련 시설을 설치할 경우 비용 중 일부를 가맹본사가 지원해주기도 한다.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는 한식당 사업에서 성공도 없다는 철학 때문이다.

가맹본부 역시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 직원이 명함에 자신의 꿈을 새기도록 한다. 꿈을 새긴 특색 있는 명함은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 담겨 고객들에게 소중하게 전달된다.

가맹본사 직원들의 꿈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다양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희망가게다. 장기근속한 직원들에게 가맹본사의 지원으로 독립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대구에 있는 한 가맹점은 본사의 직영 매장에서 장기근속한 직원이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아서 점포를 오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희망점포 기회를 확대, 경험이 없는 예비 창업자들을 현장직원으로 채용한 후 자체 심사를 통과한 합격자들에게 최대 3억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촌설렁탕(www.hanchon.kr)은 가맹점주들을 ‘가족점’이라고 부른다. 가맹점이 되면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의미다. 가맹점주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서 명사들을 초청해 강의도 듣고 함께 음악회에 가기도 한다. 남다른감자탕과 마찬가지로 가맹점 직원들이 중요하다고 판단, 가맹점 직원들만 참가하는 여행 프로그램 등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비비큐(www.bbq.co.kr)도 가맹점주들을 가족이란 뜻의 ‘패밀리(family)’라고 호칭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운명공동체라는 의미에서다.

존대어를 사용한다고 모든 관계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또 형제점이나 가족점, 패밀리점 등으로 호칭한다고 반드시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혹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고 한다. 좋은 언어를 사용하면 그만큼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나쁜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언어는 세상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도구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어떻게 호칭하는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창업 성공을 위해 유망업종 선정이나 상권같이 크고 굵은 것에만 신경을 쓰기 쉬운데 진짜 성공하는 사람은 오히려 덜 중요해 보이지만, 성공의 기본이 되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