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워런트 - 행동대장 판 벌리고 회계사도 연루…치밀했던 `꾼`들의 6개월

행동대장 판 벌리고 회계사도 연루…치밀했던 `꾼`들의 6개월
기사입력 2015.06.28 18:28:38 | 최종수정 2015.06.28 23:58:43

 

◆ 신종 주가조작 적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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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파캔OPC의 주가조작 양상은 비슷했다. 비슷한 수법에 이번에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희생됐다. 주가조작 세력은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코스닥 상장사를 숙주로 삼기 위해 사채업자 자금을 끌어들여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여기에 시세조종꾼들을 동원하고 수십 개의 차명 계좌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내고 사고팔아 주가를 끌어올렸다.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이 기소한 파캔OPC 주가조작 세력들은 2013년 4월부터 '작전'에 들어가 약 6개월 만에 막대한 주식 물량을 털고 나왔다. 이 기간 코스닥 시장은 주가조작 세력의 '놀이터'였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파캔OPC 주가조작은 우선 사채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 M&A에서 시작했다. 당시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후 차명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흔한 수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주인수권증권, 이른바 '워런트'로 차익을 챙기는 이례적인 수법을 선보였다. 

워런트는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에 회사가 발행한 일정 수의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옵션)다. 행사가보다 주가가 높아지면 워런트를 행사해 수익을 얻게 된다. 김 모씨 등 시세조종 일당은 ①경영권 양수 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식과 함께 신주인수권을 함께 인수했다. 

회사 등기임원 등 경영진은 주식을 보유하게 되거나 1주라도 보유지분에 변화가 생기면 금융감독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워런트는 신고 의무가 없어 경영진에 참여하면서 금융당국의 감시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워런트를 보유한 김씨와 시세조종꾼들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저가에 신주를 취득해 고가에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을 계획을 세웠다. 이 워런트의 행사가격은 2391원. 즉 주가가 2391원을 넘으면 차액만큼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2013년 3월까지만 해도 주가는 1000원 선을 횡보하고 있어 2391원은 높은 장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전세력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자 주가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9월에는 3000원 선까지 치솟았다. 회사 주가가 널뛰기를 하자 감독 당국이 주가 변동 이유를 밝히라는 조회공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들은 2103년 8월 1일부터 9월 3일까지 모두 5차례 워런트를 행사해 약 129만주를 시장에 풀었다. 검찰은 워런트를 행사해 싼 가격에 회사로부터 주식을 매입해 시장에서 되팔아 2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에는 기업 인수 시 확보한 지분 가운데 150여만 주도 한꺼번에 매각해 버렸다. 기업사냥꾼 일당이 부당이득을 취한 이후 회사에서 철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지만 이 사실도 뒤늦게 공시해 2013년 11월에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파캔OPC 주가조작 세력은 돈 한 푼 없이 M&A를 한 뒤 시세조종과 공시의무 위반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떠난 것이다. 결국 급등하는 주가를 보고 불나방처럼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면 이 기업에 대한 투자위험을 예측할 수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84년 10월 대원기공으로 출발한 파캔OPC는 프린터용 유기광전도체(OPC) 제조, 가공 및 판매를 주 사업으로 했다. 2001년 12월에는 삼성전기 '오피씨 드럼(OPC DRUM)' 사업부를 인수해 사업규모를 확대했고 2004년 제41회 무역의 날에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프린터 등의 판매 부진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2010년에는 매출액 327억원에서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76억원까지 감소했다. 게다가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았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300원대로 '동전주'가 됐다. 최근 4년간 연속으로 영업 손실을 내면서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회사의 경우 부실 경영이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13년에 발생했던 이 사건은 감독당국 조사를 거쳐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으로 넘어왔다. 합수단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2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 범행 전모를 밝혀내고 기소를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채업자를 끌어들여 코스닥 상장회사를 인수한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피해를 봤다"며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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