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 맛집^^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뒷골목 - <청정생고기> (Scrap)

Tony the 명품 2015. 7. 17. 23:47


강남의 인심 좋고 등심 좋은 고깃집


입력 : 2015.07.17 

[맛난 집 맛난 얘기]
서울 대치동 <청정생고기>

서울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뒷골목 일대는 고만고만한 고깃집이 빽빽하게 박혀있다. 외식업자들 사이에서는 이곳을 ‘고깃집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기존 고깃집도 많은데 새로 생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고깃집 또한 적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무수한 고깃집이 간판을 올렸다 내리길 반복하는 동안 <청정생고기>는 이곳에서 15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향집 형수 같은 편안함에 손님들 발길 이어

<청정생고기>가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장 내외의 접객 매너와 양질의 고기 때문이다. 이 집에 드나드는 손님의 8할은 단골이다. 이들은 주변 기업체의 임직원들로 주인장과 서로 오래 전부터 안면을 튼 사이다. 대개 사원이나 대리급 시절부터 주인장 최남규(55) 씨 부부와 ‘먹고 먹이는 관계’로 호흡을 맞춰왔다. 이젠 중견 간부나 고위직 임원이 된 사람들도 꽤 된다. 

이 동네 주민이기도 한 최씨 부부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을 지녔다. 그것을 단순히 ‘서비스’라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다. 주인장의 그것은 니글니글한 친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친근하고 담백한 ‘배려’에 가깝다. 특히 최씨의 부인은 무려 800명이나 되는 손님의 연락처를 휴대폰에 저장해뒀다. 그리고 그들의 취향을 낱낱이 꿴다. 

누가 매운 걸 싫어하는지, 누가 조용한 방을 원하는지, 누가 고기를 바싹 익혀 먹는지 다 안다. 한눈에도 안주인의 모습은 수더분하다. 말투와 행동에서 후덕한 인심이 묻어난다. 영락없는 고향집 형수나 부담 없는 이모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이 집과 이 집 주인장 부부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서비스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편안한 서비스다. 1++등급의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한우 등심

1++ 한우 등심 신선육 할인 판매

아무리 주인이 좋아도 고깃집의 고기가 맘에 들지 않으면 헛일이다. 이 집에 단골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당연하게도 고기 질이 좋기 때문이다. <청정생고기>는 요즘 유행하는 숙성육을 쓰지 않는다. 등심은 한우 1++를 쓰는데 20kg짜리 한 채를 들여와 잘라서 판다. 등급이 높아 굳이 숙성을 시킬 필요가 없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옥호처럼 청정하고 신선한 상태로 소진시킨다. 그래서 요즘엔 할인가로 판매한다.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좋고, 주인은 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빨리 회전시켜서 이득이 된다. 

1++ 한우 등심(200g)은 1인분에 4만원인데 최근 3만2000원으로 할인해 판다. 역시 한우 1++등급답게 마블링이 조밀하고 고르다. 가스 착화식 숯불직화 로스터에 구워 더욱 제 맛을 낸다. 다른 고깃집에 비하면 반찬 가짓수와 맛이 월등하다. 하지만 소금만 있어도 등심이 최상을 맛을 낸다. 씹으면 고기 속 미세한 육즙샘들이 터지면서 밖으로 분출돼 입 안에 잔뜩 고인다. 한우의 풍미도 그대로 느껴진다. 

1++등급이어서 다소 느끼할 수 있다. 무쌈, 양파채에 싸먹거나 오이지를 함께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하다. 그래도 기름기가 남았으면 동치미를 그릇째 들고 국물을 훌훌 마시면 아주 시원하다. 미나리와 참나물 무침도 향긋해서 느끼해진 입 안을 차분하게 정리해준다.


	제주흑돈 오겹살과 항정살

제주 흑돈, 맛있는 김치랑 먹으니 더 맛있네

1++ 한우 등심과 함께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제주 항정살(200g 1만4000원)과 제주 오겹살(200g 1만2000원)이다. 모두 제주에서 공수해오는 제주 흑돈이다. 최근 들어 흑돈이 흔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제주 흑돈임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니다. 흑돈 고기를 먹다가 일반 돼지고기를 먹으면 싱겁다고 한다. 사람의 입맛은 그만큼 간사하다. 확실히 흑돈의 맛은 진하다. 이 집 오겹살도 그렇다.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지는 항정살도 매력적이다. 얇게 썰어 함께 구운 감자도 구수하다.  

이 집은 김치가 맛있는 고깃집이다. 잘 구운 항정살과 오겹살은 멜젓에 찍어먹거나 파무침과 같이 먹는다. 그런데 생김치를 죽죽 찢어서 함께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고기는 고기대로 김치는 김치대로 혹은 서로서로 섞여 좋은 맛을 낸다. 가로로 자르지 않고 길게 내온 배추김치는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직접 먹어보면 그 맛이 기대치를 배반하지 않는다. 고기고 뭐고 오직 이 김치에 쌀밥이나 실컷 먹고 싶다는 불순한 생각마저 불쑥 든다. 

이 김치를 조금 더 숙성시켜 끓인 오겹통김치전골(6000원)은 별도의 식사 메뉴다. 오겹살을 잘라낼 때 가운데 부분만 구이용 고기로 쓰고 양 옆의 잔여육을 전지와 함께 넣었는데 그 양이 무척 푸짐하다. 사골로 미리 국물을 낸 육수에 두부, 대파, 팽이버섯까지 넣었다. 칼칼하고 매콤한 듯 하면서 먹을수록 가슴이 시원하다. 식사메뉴이지만 고기 먹은 뒤 입가심으론 이만한 것이 더 없다. 

	오겹통김치전골
오겹통김치전골
이 집은 직장인 회식 장소로도 괜찮다. 적당한 방이 여럿 있어 주변의 기업체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회식을 한다. 20~24인실 방 4개와 16인실 방이 하나 있다. 방과 방이 개폐식이어서 방을 트면 더 많은 인원의 회식도 가능하다. 16인실 방은 따로 떨어져 있어 좀 더 아늑하고 독립감을 준다. 바쁜 시간엔 공간효율성이 떨어지지만 5명만 와도 16인실을 내준다. 야박한 식당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8길 14-13 포스타빌딩 2층, 02-555-6692

/글·사진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