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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살 만큼만 벌자" 전략 짜고 7년… 29조6000억원 기업 되더라 (Scrap)

Tony the 명품 2015. 10. 26. 10:04

[Weekly BIZ] "라면 먹고 살 만큼만 벌자" 전략 짜고 7년… 29조6000억원 기업 되더라

  • 이혜운 기자

     

  • 입력 : 2015.10.24

    유니콘 넘어 데카콘 된 비결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 는 포천지(誌)가 올해 선정한 전 세계 유니콘 3위 기업이다. 현재 기업 가치는 255억달러(약 29조6000억원).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턴의 시장 가치(24조원)보다도 크다. 이미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전 세계 190개국 도시 3만4000곳에 숙소를 150만곳 이상 가진 세계 최대 '숙박 관련 기업'이다. 중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난 수의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하지만 이들이 유니콘이 될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 초기에는 자금 투자를 받지 못해 경영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고,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비슷한 '카피캣(copycat·모방품)'이 나타나 시장을 갉아먹는다.

    에어비앤비도 이런 모든 단계를 거쳐 '데카콘'으로 성장했다. 세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Blecharczyk·31)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에어비앤비 서울 지사에서 만났다.

    ―처음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2008년 1월 저희들은 밤새도록 만든 파워포인트(PPT)를 들고 벤처캐피털 대표들 앞에 섰다가 면박만 당했습니다. 그들은 '나 같으면 이거 안 쓴다. 누가 생판 모르는 집에서 자겠느냐' '호텔업도 포화 상태인데, 숙박 공유 시장이 크겠느냐?' '시장 자체가 작은데 돈이나 벌 수 있겠느냐' '모르는 사람을 어찌 믿고 집에 들이느냐. 그럴 사람이 많으냐'고 했습니다.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지요."

    수익성 확보하는 법을 배워라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 김지호 기자
    ―투자도 받지 못하고 사업 초기에 어떻게 버텼습니까.

    그 전까지 저희는 '신용카드 빚'으로 버텼습니다. 셋 다 창업한다고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익원이 없었습니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2009년부터는 투자자들과 만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포기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 전 모든 걸 쏟아부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저희는 캘리포니아주(州)에서 가장 유명한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와이 콤비네이터'에 합류했습니다. 13주(週)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서 안 되면 포기하기로 했지요."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수익성을 확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저희에게 경기 침체기라 큰돈을 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이라도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라면(noodle soup) 수익성'이라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집세를 내고 라면을 먹을 만큼만 돈을 벌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 기준을 주당 1000달러로 잡았습니다. 첫 수익은 한 주에 200달러였습니다. 그러나 13주 뒤에는 4500달러를 올리게 됐습니다. 지금 저희의 시장 가치는 255억달러입니다. 저희는 지금 '포크촙(porkchop·돼지갈비) 수익성'이라고 부릅니다.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게 됐다는 것이지요. 경기 침체로 투자 유치를 하는 건 어려웠지만, 오히려 호텔비를 부담스러워한 고객들의 이용 횟수가 늘었다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에어비앤비 성공 이후 수많은 카피캣이 나왔지만 결국 실패하고 에어비앤비 시장만 넓혀줬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기본적으로 집을 기반으로 하는 '숙박업'이다 보니 초기에 좋은 집을 많이 선점해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고객들은 많은 집 중 자기가 머물 곳을 고르고 싶어 하지요. 저희가 디자이너 두 명, 엔지니어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호스트(집주인)나 고객들의 불만을 파악해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빨랐습니다. 창업 초반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집 사진들은 호스트들이 직접 찍다 보니 화질이나 구성이 엉망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 디자이너 친구 두 명은 호스트 집을 방문해 직접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며 그들의 불만을 들었죠. 그리고 그걸 제가 개선했고요. 이 과정이 1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창업 DNA에 예술(디자이너)과 과학(엔지니어)이 녹아있다고 말합니다."

    스타트업의 딜레마, 창업자냐 전문 경영자냐

    ―에어비앤비는 창업자 CEO를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인가요?

    "개인적으로 창업자가 CEO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 대해 순수한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경영인을 고용할 경우, 그들은 실적 압박 때문에 긴 안목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적당한 위험부담을 갖고 하는 도전도 꺼릴 것입니다. 물론 창업자 CEO도 회사 규모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인력 관리, 자금 관리 등 다른 부분의 기능이 필요합니다. 저희 CEO인 브라이언은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 최고의 CEO라고 생각합니다."

    ―상장(IPO) 계획은 어떤가요?

    "언젠가는 하겠지만, 당장 계획은 없습니다. IPO는 목표가 아닌 수단입니다. 지금 기업 자금 사정이 좋기 때문에 상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장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 운영에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IT 기업의 무덤이라는 중국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불안하지는 않은가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IT 기업이 아니라 숙박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숙박업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관광이 활성화되면 수익성이 높아집니다. 중국은 이런 면에서 최고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을 많이 다닐수록 그 나라의 동네 문화, 사람 사는 모습 등을 경험하길 원하는 것이지요."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 경영을 '긴 여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긴 여행은 완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여행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긴 여행을 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도 겪을 수 있고,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학습 기회입니다. 근성과 끈기를 가지고 바퀴벌레처럼 버티다 보면 성공은 당신에게 다가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