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앞둔 건물에 대한 소액임대차계약,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영세한 소액임차인 보호를 위해 소액임대차보호제도를 두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처음 도입된 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액임차인제도의 악용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소액임차인은 경매 배당에서 우선보호를 받게 되는데, 소액임차인 보호 요건이 해당 건물에 대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이전에 대항요건(전입신고, 사업자등록 등)을 갖추면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경매 직전에는 보증금반환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임대차계약체결이 쉽지 않은데, 법에서 정한 소액임차인 보호제도를 활용하면 이런 건물에 대한 임대차도 임대인, 임차인 모두에게 경제적인 실익이 있을 수 있다. 즉,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가 어려운 건물을 저렴하게나마 임대함으로써 경매 도중에 일정한 수익을 취할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록 정상적인 건물보다는 번잡하기는 하지만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 내지 영업하다가 경매가 종료되면 법에서 정한 소액보증금한도 내에서 우선배당받을 수 있어 나름의 보증금확보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매 직전의 건물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자가 있다고 할 정도로 드물지 않게 임대차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소액임대차계약이 법으로 보호되지 못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에도, 제도를 악용한 세입자에게 배당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판결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6. 4. 20.선고 2015가단31789 배당이의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2014. 5. 10. 차00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13,000,000원, 월 차임 400,000원, 임대차기간 2014. 5. 27.부터 2016. 5. 27.까지로 정하여
임차(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한 후, 2014. 5. 27. 위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나. 한편,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우리은행’이라고 한다)은
2013. 1. 28.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채무자 주식회사 &&디자인, 채권최고액 2억 4천만 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4. 7. 3. 위 아파트에 관하여 이 법원 2014타경5663호로 임의경매(이하
‘이 사건 경매’라고 한다)가 개시되었고, 원고는 2014. 9. 29. 우리은행으로부터 위 근저당권 및 피담보채권을 양수받아 그 무렵 이를
채무자에게 통지하였다.
다. 그 후, 이 사건 경매의 배당기일에서 경매법원은 2015. 3. 25. 실제 배당할 금액 188,649,120원에서 소액임차인인 피고에게 1순위로 13,000,000원을, 4순위로 근저당권자인 원고에게 108,279,119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이하 ‘이 사건 배당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고,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의 배당액 전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그로부터 7일 이내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 단
가.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는 가장임차인이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임차인이므로, 이 사건 배당표는 피고에게 배당된 1300만 원을 원고에게 배당하는 내용으로 경정되어야
한다.
나.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살피건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목적은 주거용 건물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려는 것이고(제1조), 위 법 제3조의2
제2항에서 제3조 제1항의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에게 경매나 공매시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사회보장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서 민법의 일반규정에 대한 예외규정인바, 그러한 입법목적과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그곳에 거주하여 주택임대차로서의 대항력을 취득한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오로지 소액임차인 보호 규정을 악용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하고 자신의 이익이나 채무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택을 점유·사용하는 자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이 사건에 돌아와 살피건대, 갑 제5, 9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원주 소재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하였고, 임차보증금을 임대인측에 입금하고
차임도 몇 번 지급하였으며, 위 아파트에서 퇴거할 당시 체납 관리비를 정산하고 임대인측에 미납된 차임을 입금한 사실, 당시 정산한 관리비
내역에는 전기, 수도 등에 대한 실제 사용량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허위로 체결하였거나, 위
아파트에 실제로는 전혀 거주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그러나 위 각 증거 및 갑 제6, 1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이 법원의 신한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회신 포함)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각 사정, 즉, ①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 원 정도였는데, 위 아파트에 관하여는 이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명의로 채권최고액 7200만
원, 주식회사 우리은행 명의로 채권최고액 2억 4천 만 원의 각 근저당권이 마쳐져 있어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위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초과하고 있었고, 피고가 임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할 당시에는 삼성카드 주식회사(20,474,039원) 및 산와대부 주식회사(8,837,496원)의
가압류등기까지 마쳐져 위 아파트에 대하여 경매가 개시될 것이 상당히 예상되었던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위와 같은 권리제한 사실을 임대차계약서에 명기까지 한 점, ③ 또한, 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위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1억
4500만 원, 월세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차임 65만 원 정도였는데, 피고의 임대차보증금은 1300만 원, 차임은 40만 원으로 시세에 비하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임대차보증금 액수도 최우선변제되는 소액임차인의 요건에 맞추어 1300만 원으로 정하여진 점, ④ 실제로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한 후 불과 2개월도 되지 아니하여 위 아파트에 관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된 점, ⑤ 한편, 피고는 어린 아들과 함께 급하게 조건이
맞는 집에 이사를 하게 되어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고 못하고 있고, 오히려
피고는 위 임차 당시 이 사건 아파트와 근거리에 있는 자신 소유의 원주단관8차 00아파트 000동 000호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할 이유는 없었다고 보이는 점, ⑥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 직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3타경5779호 경매에 참여하여
배당금을 수령한 바 있고, 이 사건 아파트를 명도하고 얼마 지나지 아니한 2014. 9. 12.에는 춘천시 00면 00리 소재 2층 주택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는 등 경매절차에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경매가 개시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경매개시결정 전에만 대항요건을 갖추면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배당표 중 피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배당받은 배당액 13,000,000원은 0원으로, 원고에 대한 배당액 108,279,119원은
121,279,119원으로 각 경정되어야 한다.
위 사건은, 소액임차인 자격으로 배당이 인정된 피고에 대하여 근저당권자인 원고가 배당이의신청을 제기한 후 이를 소송으로 다툰 경우인데, 밥원은 원고의 배당이의청구를 인정하여 배당표를 경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판결주문은 다음과 같다.
1.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타경5663호 부동산임의경매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5. 3. 25. 작성한 배당표 중 피고에 대한 배당액 13,000,000원을 0원으로, 원고에 대한 배당액 108,279,119원을 121,279,119원으로 각 경정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판결이유를 살펴보면 피고를 소액임차인으로 보호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이유설시에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피고가 허위임차인은 아니지만, 소액임차인으로 보호하기에는 법취지상 부적합한 점이 있으므로 보호되어야 하는 소액임차인으로 볼 수 없어 배당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법상 소액임차인의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취지에서 보호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비약이 있는 판단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존 대법원판례는 이런 사안에 대해 사해행위취소의 논리로 접근해서 임대차계약이 취소 내지 무효이어서 소액임차인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해왔다.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3다50771 판결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의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은 임차목적 주택에
대하여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 등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일종의 법정담보물권을 부여한 것이므로,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채무자 소유의 유일한 주택에 대하여 위 법조 소정의 임차권을 설정해 준 행위는 채무초과상태에서의 담보제공행위로서 채무자의 총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임차권설정행위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의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 보호대상인 임차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사해행위인 경우, 채무자의 악의는 추정되는 것이고, 수익자인 임차인의 악의 또한 추정된다고 할 것이나, 다만 위 법조 소정의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 대하여 선행의 담보권자 등에 우선하여 소액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 소정의 임차권을 취득하는 자는 자신의 보증금회수에 대하여 상당한 신뢰를 갖게 되고, 따라서 임대인의 채무초과상태 여부를 비롯하여 자신의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가 되는지에 대하여 통상적인 거래행위 때보다는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될 것이므로, 수익자인 임차인의 선의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제로 보증금이 지급되었는지, 그 보증금의 액수는 적정한지, 등기부상 다수의 권리제한관계가 있어서 임대인의 채무초과상태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굳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사정이 있었는지, 임대인과 친인척관계 등 특별한 관계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판단없이 ‘법취지에 비추어 소액임차인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이 사건 원고는 주위적으로 배당이의를 주장하면서도, 예비적으로는 배당이의와 함께
사해행위취소를 별도로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이전에 주위적 청구인 배당이의청구를 인용해버렸다. 참고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취지는 다음과 같다.
예비적으로,
1. 피고와 차00 사이에 강원도 원주시 00동 00 00001차아파트
00동 00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관하여 2014. 5. 10. 체결된 임대차계약을 취소한다,
2.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타경5663호 부동산임의경매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5. 3. 25. 작성한 배당표 중 피고에 대한 배당액 13,000,000원을 0원으로, 원고에 대한 배당액
108,279,119원을 121,279,119원으로 각 경정한다.
결국,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 무난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사해행위에 기한 임대차계약의 취소없이 법 취지상만으로 소액임차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논리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사해행위취소 없이 바로 배당표 경정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배당요구라는 권리행사 자체가 신의칙위반(권리남용)이라는 정도의 중간논리와 근거를 상세히 설시했어야하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첨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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