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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乙? 알바생에 혼쭐나는 사장님들 [출처:조선닷컴]

Tony the 명품 2016. 9. 9. 11:31


힘없는 乙? 알바생에 혼쭐나는 사장님들

입력 : 2016.09.09 03:00

근로계약서 안썼죠? 수당 덜 줬죠? 
법률지식 갖춘 일부 알바생에게 불법 약점 잡혀 수백만원 건네
자영업자들도 "더는 안 당한다"… 근로기준법 강의 등 찾아 열공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 신고 건수 그래프
"사장님, 저랑 근로계약서 안 쓰셨죠? 신고 취하할 테니 100만원만 주세요."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6개월 전에 그만둔 아르바이트생 A씨의 전화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가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로 김씨를 노동청에 신고한 것이다. 김씨는 작년 6월 A씨를 고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A씨가 그만둔 뒤에 이 계약서를 버렸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자 퇴사 이후 3년간 근로계약서를 보관하지 않은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김씨는 "대충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제는 주위 사장님들한테도 근로계약서 꼭 쓰라고 홍보하고 다닌다"고 했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은 사회적 약자를 일컫는 '을(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악덕 고용주들이 알바생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34세 미만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89만명에 달했고, 이들 중 55%가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미만 지급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바생에게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알바생들이 노동 관련 법을 잘 모르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약점(弱點)을 잡고 신고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안남규(35)씨는 지난해 말 알바생 B씨에게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줬다. 안씨는 2014년 말 B씨에게 각종 수당을 포함해 시간당 9000원을 주겠다는 근로계약서를 썼다.

당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었지만, 안씨는 야간이나 주말 근무까지 감안해 시급(時給)을 올려준 것이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에는 시간당 임금 외에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을 따로 명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몰랐던 것이 안씨의 잘못이었다. B씨는 일을 그만둔 뒤 찾아와서 "계약서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9000원이니 주휴수당·야간수당·시간외수당으로 1.5배인 1만3500원을 줘야 한다"며 "임금 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안씨는 "언론에는 '악덕 사장'만 부각되는데 법을 몰라 당할 수밖에 없는 영세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나 근로 조건 명시 위반으로 노동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3년 2172건에서 지난해 4968건으로 2년 만에 거의 2.5배가 됐다. 올해는 7월까지 접수된 건수만 3227건이다.

특히 올해 신고 건수의 절반가량인 1587건은 영세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종업원 수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고용주의 갑(甲)질 때문에 피해를 보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여전히 절대다수"라며 "그러나 '알바생이 일은 대충 하면서 고용주의 약점만 캔다'는 하소연도 많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을(乙)의 역습' 증가는 근로 권익(權益)에 대한 알바생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개설해 근로기준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근로계약서는 꼭 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 비율은 2012년 53.6%에서 2015년 59.3%로 증가했다.

알바생에게 혼쭐난 자영업자들은 노무법인들이 여는 '근로기준법 무료 강의' 같은 강좌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런 강의를 통해 근로자와 각종 수당의 개념 같은 근로기준법의 ABC부터 새로 배우는 것이다. 무료 강의를 맡은 한 노무사는 "아직도 작은 가게 사장님들은 '아르바이트생도 근로자냐'고 묻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알바생을 탓할 게 아니라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을 너무 모르는 게 문제"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