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맛] [15] 군산 짬뽕
화교들이 팔던 흰국물 초마면, 고춧가루 넣어 빨간국물 짬뽕으로
1961년 농지소유 금지되자 농사 짓던 화교들이 중국집 열어
풍부한 재료로 다양한 조리법 경쟁… 콩나물육수, 낙지·돼지고기 얹기도
작년 관광객 511만명, 2년새 두배… 市, 15억 들여 짬뽕거리 만들기로
지난 16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금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쌍용반점에서 고영수(68) 사장이 뜨겁게 달군 웍(속이 우묵한 중국식 냄비)에 짬뽕 재료로 쓸 야채를 볶고 있다. 쌍용반점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은 군산의 다양한 짬뽕. 홍합·바지락·동죽 등 여러 조개로 국물을 내는 쌍용반점 짬뽕(위), 볶음 짬뽕으로 불리는 별미고추초면(가운데), 콩나물을 듬뿍 넣고 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얹는 콩나물짬뽕(아래).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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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10시 군산의 한 중국집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점심때가 한참 남았는데도 자리를 메운 손님들 앞에는 짬뽕이 놓여 있었다. 한 관광객은 "점심 무렵에는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문을 열자마자 왔다"며 "해산물과 고기를 섞어 낸 국물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군산시는 짬뽕만으로도 연간 3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직간접 고용은 500여 명이다. 군산을 찾는 관광객도 지난 2016년 221만명에서 지난해 511만명으로 2년 만에 배로 늘었다. 군산시 측은 '짬뽕의 힘'이 컸다고 본다. 채효 군산시 공보담당관은 "다양한 짬뽕 조리법을 개발해 늘어나는 관광객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군산 짬뽕의 역사는 주로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일으켰다. 개항 후 화교들은 짬뽕의 원조 격인 초마면(炒碼麵)을 만들어 팔았다. 초마면은 해물과 고기, 다양한 야채를 기름에 볶아 닭이나 돼지 뼈로 만든 육수를 넣고 끓인 다음 면을 넣어 말아 먹는 요리다.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만 넣어 먹었다. 이때만 해도 흰 국물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를 넣으면서 빨간 국물인 짬뽕이 됐다. 군산에서 짬뽕을 파는 중국집이 급증한 것은 1961년 외국인 토지법 제정 이후다. 화교의 농지 소유를 금지한 토지법 때문에 농사를 짓던 화교들이 너도나도 중국집을 열었다. 여건방(72) 군산화교역사관장은 "웍(속이 우묵한 중국식 냄비)과 중식도(中食刀) 한 자루만 있으면 굶어 죽을 일이 없었다"며 "중식당이 대중화하면서 한때 고급 요리였던 중식이 서민들도 쉽게 찾는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타짜'의 촬영지로 유명한 전북 군산의 '빈해원'. 화교인 왕근석씨가 1950년대 창업한 중국음식점으로, 지난해 8월 문화재청에서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군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