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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멀리 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Scrap)

Tony the 명품 2020. 9. 11. 15:35
  • 장박원
  • 입력 : 2020.09.09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36] 제환공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든 관중은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충심에서 나오는 간언을 잊지 않습니다. 죽음을 앞둔 관중이 환공과 주고받은 대화는 인사 원칙을 논할 때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관중이 정무를 보기 어렵다고 직감한 환공이 묻습니다. "불행하게도 중보(관중)께서 일어나지 못하시면 누구에게 정사를 맡겨야 하겠소?" 관중은 길을 가다가 우연하게 발굴했던 인재 '영척'을 떠올리며 한숨을 쉽니다. "아깝도다! 영척이요."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당시 영척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환공에게 발탁된 이후 영척은 군사와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제나라의 '2% 인재'였습니다.

죽은 영척을 관중이 언급하자 환공은 말합니다. "영척 말고도 어찌 사람이 없겠소. 나는 포숙에게 정사를 맡기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포숙이 누굽니까? 관중이 "자기를 낳아 준 이는 부모지만 자기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라며 찬사를 보냈던 인물입니다. 절친한 친구 사이를 상징하는 '관포지교' 주인공이지요.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런 친구를 쓰겠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중은 달랐습니다. 사람을 보는 냉철한 안목을 잃지 않고 국가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합니다. 그의 위대성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포숙은 군자입니다. 그러나 정사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은 선과 악을 지나치게 분명하게 판단합니다. 선을 좋아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악을 미워하는 것이 심하면 어느 누가 그 정치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포숙은 어떤 사람의 악을 보면 평생토록 잊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그의 단점이지요." 포숙에게 나라 전체 운영을 맡기기에는 융통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관중을 이을 재상에는 습붕이 낙점됩니다. 하지만 관중은 습붕도 세상을 떠날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습붕도 오래갈 수 없다고 하자 환공은 관중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을 거론합니다. "역아는 어떻소?" 이 대목부터 절대 쓰지 말아야 할 인간의 기준이 나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작은 조직이든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사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 대목을 잘 봐야 합니다.

환공의 말이 이어집니다. "역아는 제 아들을 삶아서 과인의 입맛을 돋우었소. 이것은 과인을 제 아들보다 더 사랑하는 행동인데 어떻게 의심할 수 있단 말이오?" 관중이 정색을 하며 대답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식을 사랑합니다. 자기 자식을 함부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주상께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자 환공은 바로 옆에서 그를 모시는 환관 수초를 천거합니다. "그렇다면 수초는 어떻소. 이 사람은 생식기를 거세하고 과인을 섬겼소. 과인을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의심할 수 있겠소?" 이 질문에 대한 관중의 대답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몸을 가장 귀중하게 여깁니다. 자기 몸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주상께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수초도 안 된다고 하자 환공은 또 다른 사람을 제안합니다. "위나라 공자로 우리나라에 망명한 개방은 어떻소. 그는 세자 자리를 버리고 과인에게 왔고 부모가 죽었을 때도 장례에 가지 않았소. 과인을 부모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 아니겠소?" 관중은 또 고개를 젓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부모를 가장 친하게 여기는 법이죠. 부모도 함부로 한 사람인데 주상께 무슨 짓을 못하겠습니까?" 이 장면에서 우리는 관중의 인사 철학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은 언젠가는 배신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자기 몸과 부모, 자식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어떤 누구에게도 충성할 수 없습니다. 오직 이득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요.

환공은 관중의 말에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이들은 과인을 오랫동안 섬겼는데 평소에는 왜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소." "그것은 주상이 그들을 좋아했기에 그 뜻을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물에 비유하자면 신이 스스로 제방이 되어 저들이 범람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방이 무너지면 사나운 물결이 몰아칠 터이니 주상은 반드시 이들을 멀리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환공은 관중의 말을 따르지 않습니다. 관중과 습붕이 죽고 포숙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결국 왕자들이 서로 싸우는 와중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사진=매경DB

위대한 기업인 중에 관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입니다. 그는 자율 조직을 강조한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합니다. 만성적인 관료주의와 비효율로 망할 위기에 처한 일본항공(JAL)을 되살려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2012년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하며 인사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으면 기용하지 않는다. 능력과 인간성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인간성이 더 중요하다." 그가 말한 인간성은 관중이 환공에게 강조한 인간성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성이 나쁘면 능력을 엉뚱한 곳에 씁니다. 이런 사람이 인재에서 악당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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