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하는 글들의 향연

점심 데이트(Scrap)

Tony the 명품 2020. 9. 21. 23:16

 




80년대, 사람이 붐비는 한 기차역에서
잘 차려입은 백인 귀부인이 자신이 탈 기차를 향해
조심조심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한 사람과 부딪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놓쳐버렸습니다.

떨어진 쇼핑백에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고
부인은 쏟아진 물건을 허겁지겁 주워 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사이 그만
부인이 타야 할 기차가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부인은 너무 화가 났지만 지나간 일에
화를 내기보다는 다시 기차를 기다리자고 생각하고
역 구내 음식점에 자리를 잡고 샐러드
한 접시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포크를 가지러 갔다 온 사이
허름한 차림의 흑인 남자가 자신의 테이블에 앉아
샐러드를 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화가 났지만, 상대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그 흑인 남자와 마주 보고 앉아 샐러드를 같이 먹었습니다.
부인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계속 남아 있었지만
끝까지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샐러드를 다 먹은 후 흑인 남자는 커피를
두 잔 사서 하나를 부인에게 건넸습니다.
이제는 두 사람이 마치 서로 친구라도 되는 듯이
설탕을 건네주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신 부인은 기차를 타러 나가는데
쇼핑백을 식당에 놓고 온 것이 생각나 돌아왔지만
쇼핑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부인이 음식점 여기저기를 훑어보는데,
흑인 남자와 같이 샐러드를 먹었던 테이블 옆의 테이블에
샐러드 한 접시와 쇼핑백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착각한 부인이
흑인 남자의 음식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먹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흑인은 귀부인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커피까지 대접해 주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