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중개업자 "재계약이 보증금 조율 등 더 복잡"
- 집주인·세입자 "계약서 쓰는데 수수료 과해"
- 관련법률 규정 모호…정식 중개여부 가려야
ⓒ임종철 |
"며칠 전 전세 재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손님이 '밥이나 사먹으라'며 책상에 5만원을 놓고 가는 거예요. 집주인과 세입자간 의견차이가 커서 열흘 넘게 걸려 겨우 전세보증금을 조율했던 건이었어요. 기분이 어찌나 언짢던지 당장 부동산 중개업무를 그만두고 싶었다니까요."(경기 분당 A중개업소 실장)
"새로운 집을 소개한 것도 아니고 계약서 1장 써주면서 수수료 수십만원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나요. 내가 살던 집에 2년 더 있겠다는데 왜 중개업소에 돈을 내야 해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2억원 넘게 올려서 그렇잖아도 허리가 휘는데…."(서울 서초구 반포 B아파트 전세입자)
최근 아파트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재계약'이 늘면서 중개수수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재계약 물건도 보증금 조율부터 계약서 작성, 공제증서 첨부까지 신규계약과 똑같이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법정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새로운 중개도 아닌 만큼 고액의 수수료를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소 유리벽에 붙은 매물판 |
◇중개사 "재계약 더 어렵다" vs. 집주인·세입자 "수수료 아깝다"
중개업계는 신규계약보다 재계약 중개를 진행하는 게 더 어려운 데도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차라리 새로 세입자를 구하는 게 쉽지 재계약은 양측의 입장을 듣고 전하기를 수십번씩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전셋값이 급등해 공인중개사가 책임져야 할 사고공제액도 늘어났다"며 "하지만 손님들은 계약서를 쓴 뒤 수수료는 나몰라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대부분 전세 재계약 중개수수료를 내기가 아깝다는 입장이다. 수고료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내는 거면 몰라도 계약금액에 따라 법정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를 기존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을 한 집주인 D씨는 "계약서를 작성한 뒤 10만원을 건넸더니 중개업자가 얼굴까지 붉히며 기분 나빠했다"며 "세입자가 바로 재계약 의사를 밝혀 힘들 것도 없었는데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최근 전세 재계약 비율이 높아지면서 중개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
◇재계약 정식중개·단순대필 여부 가려야…중개업소 안통해도 무방
전세 재계약시에는 법정수수료를 적용하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 가운데 재계약을 희망한 측이 공인중개사에 수고료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공인중개사업무 및 부동산거래에 관한 법률'에 재계약 수수료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전세보증금 조율, 공제증서를 첨부한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를 한 경우 신규 거래와 똑같이 법정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세계약시 공인중개사가 정식 중개를 했는지, 계약서만 단순 대필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재계약서와 함께 공제증서를 첨부한 경우 중개사고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각각 법정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직접 계약서를 써도 되는데 중개업자를 통하면서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며 "새 계약서에 임대료, 임대기간 등 바뀐 내용을 적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준 법정중개수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