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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면서… 파생상품 거래 '위험천만 세계 1위'(Scrap)

Tony the 명품 2011. 8. 23. 07:52

조선비즈 | 김정훈 기자 | 입력 2011.08.23

지난 18일 '여의도 여직원'이라는 말이 대형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떠올랐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30대 미혼 여성이 주식파생상품의 일종인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을 1700만원어치 사들여 6일 만에 13억원(76.5배)에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는 일부 언론 보도 때문이었다. 뒤이어 '풋옵션 매수방법'이라는 말도 검색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서울 종로3가에서 금을 거래하는 박모(39) 사장은 "평생 보수적으로 투자해온 금은방 사장들도 그날엔 모여앉아 대박 난 여의도 옵션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여직원'처럼 돼 보겠다는 대박의 꿈을 안고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은 기형적으로 커졌다. 현물시장(보통의 주식시장) 규모는 세계 17위(시가총액 기준)인데, 현물의 움직임을 기초로 거래하는 파생시장은 세계 1위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주식 등의 자산가격 급변에 따른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 시장이 우리나라에선 개미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된 것이다.

◆개인 파생상품 거래량 사상 최대

지난 9일 개인투자자의 코스피200지수 옵션 거래량(2조358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5000억원이었는데, 이날 거래량은 평소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이 상품은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의 94%를 차지한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 등락폭이 클 때 이익을 얻으려는 개인들의 투기 수요가 몰려 이날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이모(41)씨도 이달 초 옵션 시장에 다시 발을 담갔다. 그동안 옵션을 샀다가 몇 번 날린 적이 있어 파생상품은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지만, 이번 하락장에선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번에도 100만원을 날렸다.

개미들이 전체 파생상품 거래에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는 정확히 집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2009년 소액 파생상품인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에서 개인들이 5186억원의 손실을, 증권회사와 외국인은 각각 1789억원과 593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미뤄 볼 때 파생상품 시장은 개미의 돈을 덩치 큰 기관이 가져가는 구조다. 그런데도 왜 개미들은 파생시장의 폭탄 돌리기에 뛰어드는 걸까.

◆우량주 손실 메우려 파생상품 투자

삼성 계열사에 다니는 김모(42) 차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개미'투자자였다. 올해 초 부인 모르게 1000만원을 자동차 관련 우량주에 넣어 굴리던 그는 이달 초 주가가 급락하자, 10%를 손해 보고 손절매를 했다. 남은 돈은 900만원. "당분간 주식은 쳐다보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잃은 돈 100만원을 되찾고 싶어졌다. 결국 코스피지수 연계 파생상품을 샀지만, 사흘 만에 원금에서 10% 넘게 손실이 났다. 남은 돈을 소형주에 투자했지만, 주가는 계속 빠져 김씨의 주식계좌는 반 토막이 났다. 김씨의 선택은 다시 파생상품이었다. 보험약관 대출 200만원을 받아, 이달 말 현대자동차 주식을 22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샀다. 하지만 22일 현재 현대차는 16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안에 현대차 주식이 폭등하지 않으면 김씨의 200만원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김씨처럼 우량주에 투자했다가 손해 보고 손실을 메우려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개미들이 깡통 차는 전형적인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홍범교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파생상품에 과도하게 투기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옵션

미래의 어느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 가령 9월 8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80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만원에 샀는데, 주가가 100만원으로 올랐다면 권리를 행사해 19만원(100만원-80만원-1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만약 주가가 80만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권리를 포기하고 1만원을 잃는다.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콜(call)옵션', 팔 수 있는 권리를 '풋(put)옵션'이라고 한다.

☞ ELW(주식워런트증권)

옵션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개별 종목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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