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재테크,노후준비

저주(?)받은 40대 “나만 왜 가난할까”(Scrap)

Tony the 명품 2011. 8. 3. 10:39

헤럴드경제 2011.08.03


대학 나와 웬만한 데 취직
착실하게 돈 모으면
순탄한 삶 보장될 줄 알았건만
넘치던 일자리 사라지고
졸업하자마자 실업자 위기
가까스로 취직했지만
구조조정 위기 속 살얼음판
경제중추 40대
행복지수는 3.07
평균에도 못미쳐
벌써 자리 위태로운데
모아놓은 재산은 없고
팍팍한 현실에 한숨만…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신모 차장(43). 그는 뉴스에서 '수출 8대국' '소득 2만달러 진입'이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항상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왜 나만 가난할까'.

신 차장과 같은 40대는 빠르게는 14년전 IMF 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막아내야 했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지 못한 실업자의 신세로, 또 일부는 강제 구조조정의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어떻게 버텨낸 IMF 위기건만…' 그러나 IMF 이후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부동산 급등의 충격 속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야 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는 삶을 살아야 했으며, 다시 부동산 대박의 꿈을 접고 펀드의 꿈에 올인 했을 때는 얼마 안 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야했다.

▶빈곤감 더 큰 '경제중추' 40대 =

지난해 국내 한 연구기관이 진행한 조사에서 40대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7점 만점에 3.07점에 불과했다. 한국인 전체 평균이 3.34 였지만, 유독 40대들의 삶의 만족도는 낮았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행복은 소유를 욕구로 나눈 값'이라고 정의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40대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절반도 갖지 못한 채로 살고 있는 셈이다.

40대는 한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다. 가장이자, 기업의 핵심 인력이고 경제적으로도 정점의 시기다. 그런 40대조차 "나는 불행하다","나는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장 많이 버는 40대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다른 세대가 느끼는 빈곤감은 말할 나위도 없다.

40대가 유독 가난을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진국에서 40대라면 여유와 안정을 맛볼 시기지만, 우리나라의 40대들은 한 순간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9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엔 IMF의 혹한이 불어닥쳤다. 1995년 유사이래 처음 1만달러를 넘어섰던 국민소득이 97년 한해 4000달러 이상 후퇴했다. 넘쳐나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월급봉투가 얇아졌다. 다닌지 얼마되지 않은 직장에서 퇴출된 경우도 부지기수.

모 중소기업의 차장 K모(43) 씨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 생활이 한 단계 달라질 것처럼 이야기들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 나와 웬만한 직장에 들어가고, 착실히 저축하고 모으면 순탄한 삶을 살수 있다'는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국민소득은 3년 뒤 1만달러를 다시 넘었지만, 40대들은 구조조정과 자산가격의 폭락 등의 '전시태세' 속에서 이 시기를 맞이한다.

40대의 경제적 고난은 10년 뒤인 2008년에도 되풀이 된다. 이번엔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를 앞두던 시점이었다. 리먼브라더스 쇼크와 함께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던 40대의 살림살이를 반토막 냈다.

IMF는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평가했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위기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이 역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월급봉투는 그대론데, 아이들 교육비와 기름값 등 돈들어 갈 곳은 셀수 없이 많고, 당장 10년 뒤엔 은퇴해야 할텐데 뾰족한 노후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게 현실이다.

▶외환위기와 세계화, 우리사회에 어떤 충격을 줬나=

1997년 이후 두차례의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에 미친 충격은 여러가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가구당 부의 분배를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 비율ㆍ도시 2인 이상 비농가 기준)을 보면 1995∼1997년 8.3∼9.1%에 머물렀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11.4%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 같은 수치는 다시 2000년대 서서히 상승하다가 2007∼2009년 다시 14∼15%대로 튀어오른다. 이때는 2006∼2007년 정점을 치달았던 부동산 급등세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 16년 동안 빈곤층은 두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 역시 지난 15년동안 악화됐다. 그리고 지니계수 역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변하는 속성을 보이고 있다. 지니계수는 지난 1995∼1996까지는 0.25∼0.26수준이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7년에는 0.264였던 지니계수가 98년에는 0.294로 뛰어오른다. 2000년대 들어 0.28∼0.29대를 횡보하던 지니계수는 다시 2006년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2006년 처음으로 0.305로 0.3대의 시작을 알렸고 ▷2007년 0.316 ▷2008년 0.319 ▷2009년 0.320 ▷2010년 0.315대로 뛰어올랐다.

경제전문가들은 두차례의 외환위기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영향 속에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2007년부터 확연하게 나빠지기 시작한 상대적 빈곤율과 지니계수의 악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부상과 세계화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중국의 부상은 국내 중소기업과 비숙련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소득양극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또 점차 확산돼 가는 비정규직 또한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박지웅ㆍ홍승완 기자/ swa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