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00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소득이 불안정한 탓에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불안정한 소득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삼성생명 블로그 L이 알아보았습니다.
들쭉날쭉한 소득의 자영업자,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음식점 창업 4년째인 조성훈(56) 씨. 신생 자영업자의 절반이 사업을 접는다는
‘창업 3년’의 고비는 넘겼지만,
들쭉날쭉한 소득 때문에 항상 불안합니다. 창업 전 회사에 다닐 때는 정해진 날(월급날)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있기에 이런 걱정은 없었습니다. 물론 직장 상사와 업무 성과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지만, 적어도 소득에 대한 불안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정된 소득에 맞춰 지출과 저축·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안정적인 생활이었죠. 그래서 55세 정년이라도 채우고 싶었지만, 결국 50대가 되자마자 명예퇴직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너무 서두르지 않고 1년 이상 충실하게 준비해서 목 좋은 곳에 음식점을 차리고, 초창기 고비를 넘긴 게 위안입니다.
창업 후 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면, 소득이 회사 다닐 때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특히,
가게 주변 상권의 환경 변화와 날씨 등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널뛰기하는 게 문제입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창업하길 잘했다 싶게 장사가 잘될 때가 있긴 합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임대료와 재료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매상이 곤두박질치곤 하는 것이죠.
은퇴할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자영업자의 장점입니다. 장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매상이 오르고, 건강이 허락해 주기만 한다면 직장인처럼 구조조정 당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소득이 불안정한 대신
은퇴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임금근로자와는 다른 자영업자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노후 준비에도 이런 특징이 고려돼야 합니다. 먼저, 자영업자의 노후 준비 정도는 어떤지 알아보고, 자영업자들이 노후 준비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영업자의 노후 준비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자영업자는 사업장 규모와 업종에 따라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조그만 동네 가게에서부터 직원 수십 명을 거느린 대형 음식점까지 모두 자영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노후 준비 정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또, 임금근로자와 비교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해 보면, 현재 소득 수준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월 800만 원으로 가장 높고, 임금근로자가 374만 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319만 원입니다. 예상 은퇴연령이 가장 높은 자영업자는 69.88세로 월 소득이 가장 낮고, 고용원이 없었습니다.
소득이 적은 만큼 오래 일할 각오를 한 셈입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5.86세로 임금근로자(63.87세)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소득은 높지만, 은퇴시기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니 좀 더 오래도록 일하려는 것이죠. 노후 월평균 생활비는 현재 소득과 정비례 관계를 나타냈습니다. 최소 생활비와 적정 생활비 모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각각 216만 원과 329만 원으로 가장 많고, 임금근로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순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각자 예상하는
노후 생활비 준비 정도는 어떠할까요? 역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준비 정도가 가장 양호했는데요. 노후 생활비가 충분하다는 응답이 15.2%, 적정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응답이 39.2%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나 임금근로자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임금근로자 중에서 임시·일용 임금근로자가 아닌 상용 임금근로자의 경우, 노후 준비 정도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용원 없이 혼자서 또는 무급 가족종사자와 함께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노후 준비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영업자의 노후 준비 원칙은 무엇일까?
1. 노후 자금에 꼬리표를 달아라
자영업자는
노후에 쓸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할까요? 또 임금근로자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지난해 45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는 노후 생활비의 26.4%를 금융자산(개인연금 제외)에서 조달할 계획입니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부동산자산이 각각 23.6%와 23.3%였고, 개인연금은 13.5%에 불과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이런 특징은 임금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더 뚜렷해집니다. 임금근로자는 공적연금으로 노후 생활비의 36.6%를 조달하고,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은 자영업자보다 크게 낮은 17%와 16.5%를 희망했습니다. 개인연금은 자영업자와 비슷한 수준인 13%를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자영업자는 노후 생활비 조달 수단으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을 선호하지만, 노후 자금에는 별도의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갑작스럽게 사업자금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 예금 적금 펀드 등 금융자산은
쉽게 꺼내서 사업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노후자금 명목으로 모아둔 돈마저
사업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 자금은 쉽게 꺼내 쓸 수 없도록
개인연금에 가입해 확실하게 꼬리표를 달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2. 적립기간이 짧은 개인연금 상품을 활용하라
소득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이 토로하는 대표적인 어려움입니다. 시기별로 소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벌 때야 좋지만,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면 노후 준비는 커녕 사업을 유지하기도 바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위기가 닥쳐 불경기가 올 때 임금근로자보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많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경기가 정상적인 상황일 때는 연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이 임금근로자가 9.1%, 자영업자는 5.7%입니다. 하지만 경제위기 때는 임금근로자 실질소득이 연평균 2.1% 증가하는 데 반해, 자영업자는 4.7% 줄어듭니다. 경기변동에 자영업자의 소득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죠.
이런 상황에서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적립기간이 짧은 개인연금 상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자영업자는 언제 불경기가 닥쳐 소득이 줄어들지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임금근로자보다 준비기간을 짧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다수 개인연금 상품은 10년 이상 적립한 뒤 연금을 받는데요. 그러나 최근엔 적립기간 3년에, 가입 후 7년이 지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습니다. 들쭉날쭉한 소득 때문에 불안한 자영업자라면 형편이 좋을 때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어 제격입니다.
3. 부채관리에 특히 신경 써라
자영업자의 노후 준비는
‘부채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급하게 쓸 자금이 필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부채가 늘어나게 됩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가구당 부채는 자영업자가 9,500만 원으로 임금근로자(4,600만 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와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도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자영업자는 이처럼 부채가 많으므로 평소 부채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칫 빚더미에 짓눌려 노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4. 국민연금부터 챙겨라
국민연금은 노후 대책의 가장 기본으로 통합니다.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6월 말엔 2,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10년 8월에 1,900만 명을 넘었으니 22개월 만에 100만 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 중 50대 자영업자가 새로 증가한 100만 명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의무가입 대상이면서도 그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던 50대 자영업자들이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아직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 가입을 노후 준비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소득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철저한 계획으로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편안하고 행복한 미래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것은 '내가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으니까요. 삼성생명 블로그 L도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출처_삼성생명 은퇴저널 2013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