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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ING - 저물어가는 유명 브랜드의 시대 (Scrap)

Tony the 명품 2014. 7. 30. 13:02
‘대중 개인주의’가 부상하면서 소비자 개개인과 소통하는 브랜드가 뜬다

대다수 대중시장 브랜드들은 고객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거나 그들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한다. 맥도널드는 고객이 감자튀김을 어떻게 먹는지 전혀 모른다.


아마존 파이어폰 출시와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쇼핑몰 엣시의 인기몰이, 왓츠앱(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이 결합되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우선, 코카콜라가 엄청난 수세에 몰릴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맥도널드나 포드, 질레트, 소니, 힐튼, 캘빈 클라인, 켈로그 등의 대중 브랜드 또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시절, 그러니까 앨 고어가 인터넷을 ‘발명’하기 전(앨 고어가 제안한 인터넷 법안 덕분에 인터넷 대중화가 가속화됐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 왜곡되면서 앨 고어가 인터넷을 ‘발명’했다는 농담이 퍼졌다) 제품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터넷과 함께 무엇이든 연결되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오면서 대중시장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소량으로 제작되는 개성 넘치는 비(非)브랜드에 거대 유명 브랜드가 맥을 못 추게 된 것이다.

ICT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소비자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깊은 관계를 맺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대량의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물량 공세로 소름 끼칠 정도로 자세하게 고객에 대해 알아내는 법이다. 이 방법을 쓰는 대표적 기업은 아마존과 구글이다.

둘째는 규모를 줄여 고객 각자와 개인적인 차원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친해지는 방법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쇼핑몰 엣시나 자신의 집을 여행자에게 임대하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예다. 안타깝지만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포드 등은 둘 중 어느 방법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미 시장에 훌륭한 스마트폰이 다수 출시되어 있는데 아마존이 굳이 휴대폰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 수집이 고객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한 방법이라면 데이터가 많을수록 관계가 좋아진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다시 말해, 아마존은 고객 데이터를 뽑아내는 채널을 늘려야 한다. 이는 기존 대량생산 시대의 브랜드 모델을 완전히 뒤집는 변화다. 과거에는 특정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파했지만, 요즘은 정보를 빨아들일 디지털 블랙홀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아마존이 봤을 때 아이폰이나 삼성 스마트폰 등은 아마존이 원하는 데이터를 쉽게 얻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일 뿐이다. 심지어는 아마존 고객이 아마존과 관계 없는 앱을 다운 받도록 유도해 구글 플레이(디지털 콘텐트 서비스)가 소중한 고객 데이터를 가로채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소비자가 아마존 파이어폰을 사용하면 아마존은 엄청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오래 전 헤어진 쌍둥이처럼 멀리 있었는데도 우리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파이어폰은 아마존 서비스의 장점을 손 안에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파이어폰 출시를 발표하며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사용자를 아마존 손 안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편이 사실에 더 가깝다.

그래도 아마존은 저물어 가는 대중 브랜드 시대에 대항할 무기라도 있다. 대부분의 다른 브랜드는 그럴 만한 여지가 없다. 소비자가 코카콜라나 질레트, 캘빈 클라인 제품을 소매 매장에서 구매해도 회사는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산다고 그 사람이 프렌치프라이를 어떻게 먹는지까지 알아낼 수 없는 노릇이다. 힐튼 호텔이 투숙객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건 이름과 신용카드 번호가 고작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반전을 노릴 별다른 묘책도 없다. 맥도널드가 휴대폰을 내놓아야 할까? 코카콜라 멤버십은? 다시 말하지만,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소비자가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제품을 구매해도 회사는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엣시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 오랫동안 상식에 벗어나는 기묘한 수공예품(남성용 면팬티로 만든 가방이 25달러!)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알려졌던 엣시는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전세계 100만 명의 판매자가 13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쇼핑몰로 성장했다. 채드 딕커슨 CEO는 엣시 판매자들이 부티크처럼 소규모로 개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성공 비결이며, 엣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대형 슈퍼마켓보다 파머스 마켓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의 말대로,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는 바로 엣시의 장점이다. 엣시의 소상공인들은 아마존처럼 엄청난 고객 데이터를 구축하진 못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고객 한 명 한 명에 정성을 기울일 수 있다. 정성을 다한 수백만의 ‘진짜’ 관계가 모인 엣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왓츠앱은 고객과의 ‘관계 맺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인터넷 금융분석가 메리 미커는 얼마 전 발표한 연간 트렌드 보고서에서 왓츠앱 가입자 4억, 중국 위챗 3억5500만 명, 일본 라인 2억8000만 명 돌파를 언급하며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부상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다른 사람과 친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 가까운 지인과 수다를 떨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볼 수 있는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친구’와는 관계의 깊이가 다르다. 이는 “숫자로 보이기 위한 단순 지인보다 실제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 평소에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가 더 각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왓츠앱과 비교하면 페이스북은 대중매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이들과 친해져 개인 휴대전화 속 연락처로 들어가야 한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왓츠앱은 미래의 마케팅이다.

소비자 정보와 관계가 새롭게 변화하는 요즘에 ‘빅 브랜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브랜드는 일관성 있는 품질을 통해 안정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미국 시러큐스에서 사든 캐나다 새스커툰에서 사든 맛이 똑같다. 그러나 이제는 소량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비브랜드 상품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힐튼보다 매력적이고, 엣시의 장인들이 내놓은 맞춤형 보석 디자인은 티파니 제품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이타마르 시몬슨과 에마뉴엘 로젠은 공동 저술한 신간 ‘(거의) 완벽한 정보화 시대 구매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에서 브랜드 인기 변화가 사회적 현상을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는 모두가 가진 브랜드를 원했지만, ‘대중 개인주의(mass individualism)’로 옮겨가는 요즘에는 아무도 갖지 않은 ‘나만의 것’을 원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를 고수해온 코카콜라는 지난 해 애플과 구글에 자리를 내주고 3위로 하락했다. 고객이 전화를 걸어 너트맥 향이 살짝 나는 멕시칸 콜라 6개를 주문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는 한, 코카콜라의 순위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오랜 라이벌 세븐업의 광고 문구처럼 앞으로 코카콜라는 ‘콜라가 아닙니다’를 외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