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long work-길게 일하기 ②early start-빠른 은퇴 준비 ③double income-이중 소득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행복한 은퇴설계를 위한 키워드로 'LED'가 주목받고 있다. LED는 원래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라고 부르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LED를 사용하는 LED TV와 LED 전구는 매우 밝을 뿐 아니라 수명이 길면서도 유지 비용은 적게 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금리·고령화시대의 어둠을 밝혀줄 3가지 은퇴설계 전략을 'L·E·D'로 시작하는 영어단어로 맞춰볼 수 있다.먼저 'L'은 '롱 워크(long work·길게 일하기)'로부터 가져왔다. 고령화 시대인 만큼 어떻게 해서든 오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근로 기간도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퇴가 빨라지면서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나이가 평균 53~54세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작되지만 은퇴연령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두 직장에서 20~30년 근무하는 것을 넘어 인생 이모작·삼모작을 노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자녀들에게만 '스펙'을 키우라고 요구하지 말고 중·장년들도 현역으로 있을 때 스스로 자기개발을 통해 인생 이모작에 나설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E'는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얼리 스타트(early start·빠른 출발)'를 의미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가능한 한 일찍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돈을 버는 순간부터 은퇴 설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까지 소득을 올리는 양동작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직장을 잡았으니까 좀 즐기고 놀아야지 하다가는 나이 들어서 은퇴설계전문가로부터 "노후설계·은퇴설계가 안 나오는데요" 하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유능한 의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은퇴 중환자'가 되지 않으려면 1년이라도 빨리,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은퇴설계의 핵심이다.
'D'는 '더블 인컴(double income·이중 소득)'으로 부부가 맞벌이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벌이로는 은퇴 설계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70세이던 시절에는 남편 혼자 30년 벌어서 부부의 여생 20년(남편의 60세 은퇴 후 부부가 평균 10년씩 더 산다고 가정)을 설계하면 그만이었다. 30년으로 20년을 설계하는 것이므로 산술적으로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기대수명이 90세로 늘어나면서 30년 벌어서 60년(부부 두 사람이 각각 30년)을 먹고살아야 한다. 30년으로 60년을 설계해야 하므로 아예 엄두가 나지 않거나 제대로 된 설계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만약 배우자가 일을 10년 정도 한다면 더해서 40년으로 60년을 설계하고, 배우자가 20년 정도 일을 한다면 50년으로 60년을 설계할 수 있으므로 부담은 많이 줄어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맞벌이 비율은 43%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다. 우리나라보다 저금리도 먼저 진입하고 기대수명도 더 긴 나라들인 선진국들의 맞벌이 비율은 60%를 넘고 있다. 미국이 65%, 독일이 61%, 프랑스가 60% 등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57%에 달한다.
가부장적 관습, 육아 및 교육, 가사 분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맞벌이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기는 어렵겠지만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들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L·E·D는 결국 '인생 이모작을 미리 준비하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한 집에 두 마리나 돼라'는 지침이다. 사실 이 3가지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걱정만 하거나 피해갈 수만은 없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은퇴학자로 유명한 미국 코넬대 칼 필레머 교수가 쓴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는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요즘 은퇴컨설팅을 하면서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글쎄, 뭐 걱정만 했지 뾰족하게 내세울 게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인 것처럼, 은퇴를 앞두고 필요한 것도 걱정이 아니라 계획된 준비, 즉 'L·E·D'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