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작정 배낭하나....

요즘 뜨고 있는 익선동 (Scrap)

Tony the 명품 2016. 5. 28. 12:17


양지호 기자  

입력 : 2016.05.05 04:00

과거와 현대의 색다른 공간… 툇마루서 맥주 먹고 처마 사이로 서울 하늘이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눈앞을 가리던 빌딩이 사라지고 100m가량 늘어선 기와지붕이 객(客)을 반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인근에 낮은 빌딩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북촌(삼청동)'과 '서촌(통의동·효자동)'에 이어 서울 제3의 한옥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한옥 구조를 살린 카페와 공방이 거리마다 들어섰다. 멋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제 익선동 골목을 찾는다. "관광객으로 붐비기 전 북촌 같다"는 평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곳곳에 숨어 있는 공방과 카페·음식점이 반겨준다. 지하철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익선동 초입이다. CU편의점과 '김삿갓'이라는 간판이 마주 보고 있는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시작된다. 고개를 들었을 때 기와지붕 너머로 이비스앰배서더인사동 호텔이 보이면 제대로 찾았다. 반듯반듯한 골목이 아니라 구불구불 굽이굽이 돌아간다. 막혔다 싶으면 이어진다. 골목마다, 구석구석마다 있는 카페와 공방은 한옥을 리모델링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처마 위에 유리를 덧대고 그 아래 앉을 공간을 마련한 곳도, 방 안에 앉아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툇마루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기와지붕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좋다. 겉은 분명 한옥인데 내부는 서양식으로 꾸며진 곳도 많다. 구중궁궐에서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 아니라, 시골 외가에 놀러 온 친근한 기분이다.

사대부의 거주지였던 북촌 한옥이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서민층이 살았던 익선동의 한옥은 작고 소박하다. 외벽은 벽돌과 타일로 돼 있고 대문은 나무로 짜인 독특한 조합이다. 기와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면 외관은 한옥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이는 집도 곳곳에 눈에 띈다. 1910년대 후반 건양사라는 주택회사를 설립한 정세권이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반에 이곳 익선동에 도시형 한옥을 지었다고 한다. 담장 대신 집 외벽이 골목을 이루는 구조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재개발 사업이 번번이 무위에 그친 덕분에 이 당시 지어진 한옥 100여 채가 지금까지 남았다.

익선동에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문인들이 모여 살았다. 이광수의 '흙'과 현진건의 '지새는 안개'에도 언급된다. '봄봄', '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은 익선동에서 살던 명창 박록주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한국 최초 여성 화가인 나혜석도 이곳에 있던 오빠의 집에 머물며 정신여학교 교사로 일했다. 홍명희·이해조·김억 등의 문인도 익선동에 살았다고 한다. 박녹주의 집은 익선동에 있는 '한옥'이라는 식당 옆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홍명희·이해조·김억이 살던 집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익선동 북쪽으로는 창경궁과 운현궁, 동쪽으로는 종묘, 서쪽으로는 낙원상가와 인사동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다른 곳에 들렀다가 찾아오기도 좋은 위치다.

◇오래된 공간의 색다른 모습

갈색 벽돌 벽 대신 새하얀 외벽을 해 시선을 끄는 프루스트(02-742-3552)는 조향사 문인성씨가 차린 향수 공방 겸 카페다. 이름은 프랑스 문호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상품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향수·향초 제조법을 가르쳐주는 유료 클래스도 운영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을 회상에 빠지게 한 매개였던 마들렌과 홍차도 세트(7000원)로 판매한다. '프루스트'라는 간판 아래 쓰인 '잃어버린 향기를 찾아서(In Search of Lost Scent)'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뻔뻔한가게는 웨딩 족두리 같은 결혼식 소품을 판매·대여하는 공방이다. 평소에는 소품 제작을 하는 공간이라 진열된 물품이 많지 않지만 전화로 예약하면 여러 웨딩 소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주인이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레몬차(2000원), 대추생강차(2300원)도 판다. 올리브리사는 5일 문을 여는 '신상' 가게다. 구운 파프리카, 마늘, 각종 향신료를 배합해 만든 여러 종류의 수제 올리브 절임을 핑크색 뚜껑을 한 유리병에 담아낸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한옥 처마 밑에서 보내는 한때

반쯤 헐린 콘크리트 담장이 상징인 거북이슈퍼는 전주 '가맥집(가게 맥주집)'을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해낸다. 연탄불에 구운 먹태(1만2000원)를 안주로 각종 병맥주를 마신다. 평일 낮에도 맥주 마시는 손님이 서너 팀은 있을 정도. 해 질 녘 이 가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절로 술 생각이 난다. 종로3가역에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열두달은 익선동의 음식 '편집숍'이다. 'ㅁ'자 모양으로 건물이 마당을 둘러싼 한옥에 7개 매장이 입점했다. 'SKIM45'에서는 각각 도수와 향이 다른 7~8종의 생맥주 중 마실 맥주를 고르고, 'mmham'에서 수제햄&치즈플레이트(1만9900원)를 안주로 시켜서 한옥 안뜰에 놓인 테이블에서 먹고 마시면 된다. 안뜰은 유리로 지붕을 얹어 고개를 들면 기와지붕과 한옥 처마가 보인다. 인근 크래프트루, 솔내음에서는 한옥에 앉아 생맥주를 마시며 기분을 낼 수 있다.

카페 그랑에서는 한옥에 앉아 디저트 에끌레어(5000원)를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식물익선다방은 각각 한옥이란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카페다.

한옥마을답게 전통찻집도 있다. 2009년 문을 연 뜰안(02-745-7420)은 영화 '카페 서울'(2010) 촬영지로 유명하다. 작년 문을 연 명가헌(02-741-8349)은 익선동 서쪽 골목과 동쪽 골목을 이어주는 독특한 공간이다. 한약집에서 달여 왔다는 쌍화탕(7000원)은 달콤한 맛보다는 쓴맛이 강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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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개조해 만든 식당 ‘익선동121’. ‘경양식1920’의 함박스테이크.
◇한옥마을도 식후경

익선동121
(02-765-0121)은 표고버섯 취나물밥(7500원), 토마토 치킨 카레(6500원) 등 한식과 일본식 카레를 파는 밥집이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에 들어서면 향긋한 카레 향에 절로 군침이 돈다. 계절 메뉴로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일본 오키나와 음식 타코라이스(6500원)도 판다.

함박스테이크와 돈가스를 파는 경양식1920(02-744-1920)은 소문 덕분에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어야 할 정도. 달걀프라이가 앙증맞게 올라가 있는 1920함박스테이크(1만2000원)가 인기 메뉴다. 한옥마을 기와지붕이 보이는 2층에서는 전망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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