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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주간 커피' 노래방.. 증권맨들 꿀잠 자러 갑니다 (Scrap)

Tony the 명품 2016. 7. 16. 09:02

[Why] 여의도 '주간 커피' 노래방.. 증권맨들 꿀잠 자러 갑니다

가라오케·룸살롱 낮에 반짝 영업.. 밥 먹고 한숨 자려는 회사원 몰려조선일보 | 김수경 기자 | 입력 2016.07.16.

지난 13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한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동료 직원과 함께 회사 근처 한 분식집에서 10분 만에 점심을 해치웠다. 김씨는 이어 맞은편 건물 지하에 있는 한 룸살롱을 찾았다. 룸살롱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5번 방으로 안내했다. 4번 방까지는 문 앞에 이미 '재중'이란 표시가 붙어 있었다.

방 안에는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소파와 유리잔이 여러 개 놓인 테이블, 노래방 기기가 있었다. 여종업원이 들어와 "따뜻한 커피, 아이스 커피, 아이스티, 사이다, 녹차 있어요"라며 주문을 받았다. 모든 음료는 5000원. 선불로 현금만 받는다. 김씨 일행은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 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12시 40분쯤 일어난 두 사람은 옷차림을 정돈한 뒤 사무실로 돌아갔다.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 회사원들 사이에 최근 노래방과 가라오케, 룸살롱의 '주간 커피'가 유행이다. 저녁 장사를 하는 곳에서 점심시간에 반짝 영업으로 커피를 파는 것이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두 시간만 문을 연다. 손님이 2인 이상이면 방 하나를 얻어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노래방에서 '주간 커피'를 종종 마신다는 임모(28)씨는 "여의도 커피 전문점들은 대부분 테이크아웃 점포이거나 사람이 너무 많아 앉아서 쉴 수 있는 곳 찾기가 어렵다"며 "커피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조용한 장소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직후부터 손님이 차기 시작해 좀 늦게 가면 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여의도엔 증권사 수십곳이 몰려 있는데 이곳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평균 오전 7시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잠이 부족한 이들이 밥 먹고 한숨 자기 위해 이런 업소를 찾는다. '주간 커피' 영업을 하는 한 노래방 업주는 "점심에 커피를 파는 술집은 여럿 있지만 노래방처럼 밀폐된 곳에서 판매하는 건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룸살롱 주간 커피'를 찾는다는 증권 브로커 최모(32)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에서 도시락을 포장해서 룸살롱에 간다"며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밥 먹고 누워서 쉬려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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