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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P 전략 고집하다 사라져버린 차 (Scrap)

Tony the 명품 2019. 3. 18. 09:15


"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P 전략 고집하다 사라져버린 차

by오토포스트

 

서서히 가라앉다가 어느 순간 안 보이게 된다

"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

자동차는 어느 한 쪽이 특출나게 좋다고 해서 전반적인 평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면 사실상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중저가 라인업만 공략하는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구성, 엔진 품질 등은 투자가 필요한 부분.

 

마이바흐는 최고급 자동차 업계에서 이름이 높았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예전만큼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범접하기 힘든 자동차 이미지로 새겨 있는 마이바흐는 왜 몰락하게 됐을까? 갑자기 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마이바흐의 시작은 엔진 제조

"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

대중에게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의 시작은 자동차가 아니라 고성능 엔진 제작이었다. 창립자는 빌헬름마이바흐. 벤츠가 만들어질 때 큰 역할을 한 독일의 엔진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다. 그의 아들은 칼 마이바흐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다임러의 창업자인 고틀리프 다임러의 밑에서 일하던 유망한 엔지니어였다.

 

1900년에 고틀리프 다임러가 사망한 뒤에도 회사에 남아 기술책임자로 활동했지만 경영진과의 마찰이 잦아지면서 1907년에 다임러를 퇴사를 하게 된다. 1909년 3월 2일에 아들 카를 마이바흐와 함께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 설립 당시의 사명은 'Luftfahrzeug-Motorenbau GmbH'으로 직역하면 '항공기 엔진 제작 유한회사'다. 1912년이 되어서야 익히 알려진 'Maybach-Motorenbau GmbH'로 이름을 변경한다. '마이바흐 엔진 제조 유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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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는 거대 비행선과 철도 등에 사용되는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마이바흐의 Mb.IVa이라는 엔진이 제1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와 비행선의 엔진에 사용되기도 했다. 1919년에는 처음으로 시험 성격의 자동차를 생산해 1921년에 베를린 모터쇼에 출품하기도 했다. 1921~1940년 사이에 만들어진 호화로운 차량은 지금은 클래식카의 대명사처럼 됐으며 해군과 철도를 위한 헤비듀티 디젤 엔진의 생산도 이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자동차는 거의 생산하지 않고 전차 및 군용 차량의 엔진을 제작했다. 팬저 1, 2, 3, 4, 5 등의 탱크에도 마이바흐의 엔진이 사용됐고 타이거 1, 2 같은 헤비급 탱크에도 쓰였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꽤 오랫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1960년에 다임러-벤츠에 합병되어 이름을 MTU Friedrichshafen으로 바꾸고 디젤 엔진을 생산했으며, 2006년에는 엔진제작 회사인 롤스로이스 plc에 인수되어 지금까지도 엔진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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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부터 메르세데스의 자동차 차체를 기반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제작했던 마이바흐는 1929년에 12기통 엔진이 들어간 전장 5.5m 길이의 DS 8 체펠린(Zepplin)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그 명성이 오래가지 못했던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군용 탈것의 엔진 제작에 더 힘을 쏟았던 탓에 체펠린은 1941년까지 1,800여대 정도를 생산하고 단종됐다.

 

마이바흐가 다임러-벤츠에 인수되어 이름을 바꾼 채 엔진만 생산하면서 '마이바흐'라는 이름은 역사책에서만 볼 수 있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듯했다. 때는 2002년, 미국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초호화 럭셔리카 생산 계획 덕분에 부활에 시동을 걸게 됐다. Maybach-Manufaktur라는 이름으로 60년만에 새로운 차량을 내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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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라는 브랜드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명성과 현대적인 기술, 디자인이 만나 전 세계의 부호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적지 않은 구매가 일어났다. 차량 길이에 따라 57과 62의 모델명이 붙었는데 각각 5.2미터, 6.2미터의 전장을 나타낸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한때 세계 3대 명차로 불리웠던 만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담해 오너의 성향에 맞는 주문을 도와 차량을 무사히 인도받을 수 있게 했다.

 

차량 한 대당 210개의 가죽조각과 100여개의 원목장식이 들어가며 옵션의 조합이 매우 다양해, 가능한 경우의 수가 약 200만 가지라고.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마이바흐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다른 브랜드보다 명확했다. 자동변속기는 기어노브가 달린 플로어 체인지식을 사용했다.

Legends of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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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이 아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동명 영화가 오역된 채로 개봉했고 지금까지도 '가을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남아 있지만 여기에서 'Fall'은 가을이 아니라 추락, 몰락 등을 의미한다. 마이바흐는 초호화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판매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연간 2,000대의 판매량을 목표로 했지만 전통적인 자동차 강대국인 미국에서 목표 판매량의 절반을 기대했지만, 2004년에 244대가 주인을 만났을 뿐이고 2009년에는 처음으로 100대 이하로 판매량이 떨어졌다. 2010년부터 단종 이야기가 나오다가 2013년에 벤츠가 마이바흐의 초고급 이미지를 S클래스에 넣기로 하면서 마이바흐 독자적인 이름으로 생산되던 모델은 전부 단종됐다. 시작은 2014년 S클래스 풀체인지 신형 모델(W222)였다.

"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

BMW의 품에 안긴 롤스로이스, 폭스바겐 산하에 있는 벤틀리는 신형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라인업도 다양한 반면에 마이바흐는 시장에 소구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미국의 제네시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라인업의 부재였던 것처럼.

 

롤스로이스는 팬텀보다 작은 고스트를 내놨고, 고스트 기반의 쿠페인 레이스도 출시했다. 벤틀리도 2도어, 4도어 등의 세단 라인업이 꽤 다양했고 2016년부터는 초호화 SUV인 벤테이가도 판매를 시작했다. 마이바흐는 사실상 57과 62 모델밖에 없었으며 2011년에 약간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뒤에 상품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 차종으로 넘어가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예약 없으면 입장 안됩니다" VVI

시대가 변했지만 마이바흐는 바뀌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구형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변하지 않는 동안 젊고 부유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스포츠 성격이 짙은, 오너드리븐 성향의 차량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수혜를 벤틀리가 많이 가져갈 동안 마이바흐는 옛날의 이미지만을 고수하며 쇼퍼드리븐의 성격을 버리지 않았고, 높지 않았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게 됐다.

 

마이바흐는 브랜드 자체는 유명하지만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회사가 중간에 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을 해온 것에 비하면 역사 속에서 보인 활약상이 부족한 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자동차 생산을 거의 하지 않았고 전후에도 엔진 제작을 주로 해오다가 2002년에야 다시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이름을 알리려고 했기 때문에, 정체성이 모호했다.

잊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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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S클래스의 전장을 확대한 모델인 X222와 풀만 리무진인 VV222에 마이바흐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Mercedes-Benz S-Class Maybach와 Mercedes-Benz S600/S650 Pullman Maybach 모델이다. 마이바흐가 붙은 모델은 G클래스 기반의 오프로더인 마이바흐 G650이 있다.

 

마이바흐는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다임러의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로 프리미엄 세단을 충분히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그 윗급의 초호화 라인업을 마이바흐 브랜드를 통해서 전개할 것인지, 지금의 모호한 입지를 유지하다가 다시 역사 속으로 남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이바흐는 역사의 타임라인을 성실하게 채워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새길 시간이 새로운 역사가 될 터. 세계 3대 명차의 지위를 되찾는 시대를 기다려본다.

 

글 김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