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경북 안동은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다. 하회마을과 서원, 정자에서 선인의 풍류와 전통을 체험하고, 찜닭과 간고등어, 헛제삿밥 등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46번 버스는 안동의 풍류와 전통,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황금 노선을 운행한다.
46번 버스는 안동역(중앙선)을 출발, 약 25㎞의 거리를 1시간 정도 달려 하회마을에 도착한다. 안동역에선 기차가 서울 청량리역과 부산 부전역, 동대구역, 강릉역까지 운행하고, 중간에 들르는 안동터미널에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서울 강남과 동서울, 대구, 대전, 부산, 울산, 포항 등을 이어 뚜벅이 여행자가 여행을 즐기기 편리하다. 또 안동의 시내버스는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동일하고, 교통카드를 이용한 환승도 1시간 이내면 무료다.
시내버스로 즐기는 안동 여행은 하회마을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이동해 가며 하는 것이 좋다. 안동역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약 1시간, 안동터미널에선 30분 내외가 걸린다.
◇옛 모습 오롯이 간직된 하회마을
46번 버스는 하회마을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탈놀이 전수관’ 정류소까지 운행한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긴 후 약 300m 거리의 하회마을까지는 걷거나 무료 순환버스를 이용해 갈 수 있다.
낙동강 물줄기가 둥그렇게 휘감고 있는 하회마을은 민속과 건축물이 잘 보존된 풍산 류씨의 씨족마을로 지난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회’(河回)는 물이 휘돈다는 뜻을 품고 있다.
마을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하회마을 지도를 참고해 동선을 짜고 이정표를 확인하며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하동고택을 기점으로 염행당(남촌댁), 양오당(주일재), 화경당(북촌댁), 양진당, 충효당, 영모당, 작천고택 순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의 영모각에는 임진왜란 전란서인 ‘징비록’(국보 제132호), 류성룡 종손가 문적(보물 제160호), 각종 교지 등이 있어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다. 골목 곳곳에서는 장승 깎기, 한지 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을 돌아본 뒤에는 작천고택 서쪽의 강변길로 나선다. 강줄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이내 만송정 솔숲(천연기념물 제473호)이다. 16세기에 겸암 류운룡(1539~1601)이 마을 서쪽 땅의 기운이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한적하게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강과 부용대(芙蓉臺)가 이룬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하회마을 최고의 풍광은 송림 맞은편의 부용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넌 후 10분 정도(450보) 거닐면 부용대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굽어보면 휘돌아 나가는 푸른 물길 속에 마을이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다. 부용대 아래에는 류성룡이 ‘징비록’을 썼다는 옥연정사(玉淵精舍)와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지은 겸암정사(謙唵精舍), 류운룡의 위패를 모신 화천서원(花川書院)이 있다. 단 하회마을과 부용대를 잇는 나룻배는 수심이 얕을 때는 운행하지 않으므로 미리 문의해야 한다.
하회마을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는 류성룡(1542~1607)과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을 배향한 병산서원(屛山書院)이 있다. 46번 버스가 오전 9시 10분, 오후 12시 10분, 3시 40분 등 단 세 차례 정차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면 병산서원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거리는 약 4㎞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강 풍경을 감상하고 청량한 숲길을 통과하며 트레킹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병풍 모양의 병산을 바라보는 서원은 외삼문인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 누각 아래로 오르면 좌우로 동·서재가 있고 정면으로 강당인 입교당이 있는 구조다. 사당은 입교당 뒤편의 높은 곳에 자리한다. 병산서원에선 입교당 마루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만대루의 기둥과 기둥 사이로는 흰 모래톱과 푸른 물줄기가 내다보인다. 입교당과 만대루 사이에는 홍매화와 백매화 한 그루씩이 서 있어 매년 봄 화사함을 전한다.
◇흥미로운 지구촌의 탈을 만나다
하회별신굿은 음력 정초에 서낭신에게 무병과 안녕을 빌던 동제로, 마을 사람들은 이때 각종 탈을 쓰고 양반과 지주에 대한 불만을 가락으로 해소하며 놀이를 즐겼다. 별신굿에 사용된 각시탈, 양반탈, 총각탈 등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돼 있다.
하회마을 매표소 인근의 하회 세계 탈 박물관에서는 하회별신굿에 사용되던 탈을 비롯해 국내외의 다양한 탈을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실에는 하회탈을 비롯해 산대놀이 탈, 야류·오광대 탈 등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탈이 전시돼 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 장면과 북청사자놀음에 사용되는 거대한 사자탈 모형도 볼 수 있다.
제2·3전시실에서는 아시아 국가의 탈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나희 탈을 비롯해 사자탈, 벽사 탈,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롱과 랑다, 태국 전통극에 등장하는 콘 가면, 일본의 노 가면, 인도의 쵸우 가면, 스리랑카의 벽사 가면 등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또 제4·5전시실에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에서 볼 수 있는 가면을 비롯해 핼러윈 가면,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아메리카 인디언, 멕시코의 가면 등을 만날 수 있다. 탈 꾸미기와 탈 그림 탁본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두 안동 김씨가 함께 살아온 마을
하회마을에서 정류소 10개를 이동하면 안동 김씨 문중의 500년 세거지인 소산(素山)마을이다. 이곳에는 ‘선안동 김씨’와 ‘후안동 김씨’라는 본관과 성씨가 같으면서도 시조를 달리하는 두 안동 김씨가 대대로 생활하고 있다.
우선 마을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시비(詩碑)가 서 있고, 뒤편에 ‘삼구정’(三龜亭)이란 정자가 있는 정갈한 공간이 있다. 시비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상헌(1570~1652)이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가며 남긴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로 시작되는 시가 새겨져 있다. 김상헌은 청나라에서 돌아온 뒤 이 마을에 은거했다. 그는 이곳에서 지내며 ‘금산촌’이란 마을 이름이 너무 화려하다며, 마을을 감싸고 있는 소요산의 이름을 따서 ‘소산’으로 고쳤다고 한다.
삼구정은 조선 중기 문신인 김영수(1446~1502)가 88세 된 노모를 기쁘게 하려고 지은 정자로, 늙은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둘러서 있다. 삼구정은 거북처럼 생긴 바위 세 개가 정자 뜰에 엎드린 것처럼 놓여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소산마을은 얕은 비탈을 따라 가옥이 배치된 전형적인 시골이다. 기와를 얹은 담이 있는 골목길을 걸어가면 허름한 가옥 사이로 오래된 집들이 고개를 내민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청원루(淸遠樓)로 김상헌이 ‘청나라를 멀리한다’는 뜻으로 이름을 짓고 은거한 곳이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동야고택이다. 영조 때 중광문과에 급제한 김양근(1734~1799)의 호인 ‘동야’가 택호의 유래다.
동야고택 바로 뒤엔 김영수가 지은 안동김씨 종택(양소당·養素堂)이 있다. 23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정갈하게 보존된 기와집으로 현재 한옥 민박으로 이용된다. 또 인근에는 후안동 김씨의 종택과 의식주를 검소하게 한다는 뜻이 담긴 선안동 김씨의 종택 ‘삼소재’(三素齋)가 있다.
◇달동네에 들어선 지붕 없는 박물관
안동역 인근은 46번 버스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삼기 좋다. ‘안동초등학교 앞’이나 ‘교보생명·버스터미널’ 정류소에 내리면 인근에 성진골 벽화마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웅부공원, 태사묘, 찜닭골목, 수변공원 등이 있다.
안동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성진골 벽화마을은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비탈진 마을의 골목에 그림과 조각품이 들어선 곳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는 벽화가 들어서며 화사한 모습의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고, 안동의 관광 명소가 됐다.
벽화마을 입구의 슈퍼마켓 건물 2층에선 이 마을의 할머니와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방문객을 반긴다.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가면 시멘트 벽면에 그려진 진달래와 국화, 나팔꽃 등이 봄기운을 흠뻑 느끼게 하고, 눈 오는 날 일가족이 연탄을 실은 수레를 끌고 미는 장면은 따스함을 전한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담벼락을 타고 내려오는 스파이더맨,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도 볼 수 있다. 또 줄 타는 고양이와 전봇대에 오줌을 누는 개 등 우스꽝스런 조형물도 있다. 입구에는 ‘마싯타’라는 카페도 있어 향긋한 원두커피와 직접 담근 레몬차를 맛볼 수 있다.
◇영상으로 즐기는 안동의 전통문화
벽화마을을 방문한 후에는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으로 향한다. 이곳은 안동의 전통문화와 문화재, 자연환경을 디지털로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전시실이 지하에 있다.
가장 먼저 들를 곳은 입구 오른쪽의 입체영상관. 이곳에선 450여 년 전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남편을 향한 애틋한 사연의 편지를 남긴 ‘원이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미투리’와 안동 삼태사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고창전투’란 4D 영상을 상영한다. 안동의 유래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하회마을의 풍수와 가옥의 배치를 멀티 모니터를 통해 보고, 봉정사의 사계를 감상할 수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건축물 33곳을 탐방하고, 삼면에 투사된 도산서원을 돌아볼 수도 있다.
‘낙동강 700리 가상체험’에선 낙동강을 따라 가며 해평습지, 경천대, 삼강나루, 하회마을의 선유 줄불놀이, 도산서원, 가송리 절경 등을 볼 수 있고, 애니메이션 ‘동행’도 시청할 수 있다. 이밖에 안동의 각종 유물과 음식, 소리 등도 영상과 음향으로 만날 수 있다.
◇‘안동’이 시작된 지역의 뿌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바로 옆에는 웅부공원이 있다. 이곳은 고려 공민왕 때 대도호부(현재의 ‘도청’)가 있던 자리이자 안동군청 청사가 있던 곳이다. 현재 동헌과 문루가 복원돼 있고, 한쪽에는 ‘시민의 종’이 서 있다. 평소 시민의 여유로운 쉼터로 이용되며, 새해엔 타종 행사가 열린다.
웅부공원에서 서쪽으로 3분 거리엔 실제 안동의 태동을 엿볼 수 있는 ‘태사묘’(太師廟)가 있다. 8세기 중엽에 고창이라 불렸던 안동은 후삼국의 세력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지역의 호족 세력인 김선평, 권행, 장정필은 결국 왕건의 편을 들고 병산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고려 건국에 큰 공을 세웠다. 왕건은 이들을 등용하고 이곳의 지명을 ‘동쪽을 편안하게 했다’는 뜻에서 ‘안동’으로 바꿨다. 권행은 원래 김씨였지만 왕건으로부터 권씨 성을 부여받았고, 비로소 안동 권씨가 시작됐다.
이 세 사람을 모신 태사묘는 경모루와 묘우, 보물각으로 구성된다. 위패는 묘우에 모셔져 있고, 보물각엔 삼태사의 옷과 그릇, 교지, 고려시대 흑관모, 허리띠, 가죽신발, 숟가락 등의 유물이 보존돼 있다.
◇달콤 매콤하고 푸짐한 찜닭
안동은 간고등어, 헛제삿밥, 찜닭으로 유명하다. 간고등어와 찜닭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여행 중이라면 현지의 맛을 즐기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안동역 인근의 안동 구시장에 가면 안동찜닭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구시장 입구에는 커다란 닭 모형이 걸려 있고, 아케이드 양옆으로 찜닭 식당 20여 곳이 늘어서 있다. 안동찜닭은 1980년대 중반 프라이드 치킨의 유행에 위기를 느낀 구시장 상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요리로 바로 이곳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맛은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먹는 달콤하면서도 얼큰한 찜닭과 크게 차이 나진 않지만 양은 무척 많다.
이밖에도 46번 버스 노선에는 조선 후기 정자인 체화정(‘풍산터미널 앞’ 정류소), 연주회와 전시회, 사진전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열어 ‘문화온천’으로 알려진 학가산온천(‘학산임대아파트’ 정류소), 통일신라의 석탑인 옥동 삼층석탑(‘안동중학교’ 정류소) 등이 있다.
◇안동 46번 버스 운행 정보
>>첫차와 막차 = 버스터미널 06:20, 18:20 / 하회마을 07:15, 19:10
>>운행 횟수 = 12회(병산서원에는 1일 3회(09:10, 12:10, 15:40) 경유)
>>요금 = 현금 : 성인 1천200원, 청소년 900원, 초등학생 600원 / 교통카드 : 성인 1천100원, 청소년 800원, 초등학생 500원(1시간 이내 무료 환승)
>>문의 = 경안여객 054-821-4071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3/31 09: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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