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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바 맛집을 찾아서 (Scrap)

Tony the 명품 2017. 1. 21. 15:58



수도권 소바 맛집을 찾아서

    입력 : 2017.01.20    

    [맛난 집 맛난 얘기]
    메밀음식 전문가 3인의 소바 맛집 순례기

    차가운 성질의 식재료로 알려진 메밀! 그러나 최근 몇 년째 메밀국수 인기는 무척 뜨겁다. 건강 식재료인 메밀의 폭발적 니즈에 따라 평양냉면과 막국수, 그리고 일본식 메밀국수인 소바 전문점도 점점 늘고 있다. 여러 메밀 식당 가운데 네 곳의 소바 집을 메밀 전문가 3인이 다녀왔다. 전통의 소바 노포, 신흥 소바 집, 그리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신생 소바 집이다. 시식과 품평을 담당한 전문가는 <음식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백익남 셰프, <진화식품> 김진용 대표, 부산 <면옥향천> 김정영 대표 등 3인이다. 
    한 차에 탄 메밀 고수들의 메밀론

    일산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메밀론’이 무르익었다. 메밀과 함께 살아온 세 명의 평가단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 좋은 메밀국수를 제공하기 위해 자가제면은 물론, 자가제분과 메밀 농사까지 손수 짓고 있는 부산 <면옥향천> 김정영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4년째 논산과 제주에서 메밀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요즘 고민이라고 한다. 메밀 재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본래 직분은 조리사이므로 조리 분야에만 충실히 전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어서다. ‘더 좋은 메밀’에 대한 갈증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인지 요즘 들어 헛갈린다는 것이다.
    10대 시절부터 조리실에서 한식조리 실무를 익힌 백익남 셰프는 메밀국수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12개의 평양냉면집 개점에 관여했다. 그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메밀이 본래 찬 성질을 가져서인지 추운 곳에서 재배한 메밀일수록 향이 좋고 냉면으로 조리해도 맛이 좋다고. 
    90년대 중반에 메밀 유통업을 시작해 메밀과 함께 청춘을 보낸 김진용 대표는 1년에 1000t 정도의 메밀을 수입한다. 양질의 메밀을 찾아 세계를 헤맨 끝에 도착한 곳이 내몽골과 산서성, 섬서성 등 중국 내륙의 고산지대였다고. 10~11월에 수확한 메밀을 발로 으깼을 때 파란색이 95% 이상인 것이 최상품이라고 한다. 수확 후 세척해서 냉장 보관한 메밀 가운데 4.5mm 급 입자가 가장 알곡이 충실하고 향도 좋다고 귀띔했다. 
    메밀 함량 낮지만 오랜 세월 손님 입맛에 맞춘 맛
    인천 신포동 <청실홍실>

    <청실홍실>은 1979년에 문을 연 인천의 명물이자 노포인 소바 집이다. 소바 메뉴로는 ‘모밀국수(6000원)’가 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만두를 곁들여 판매한다. 만두와 소바 모두 주문하면 금방 내온다.
    김정영 대표는 이 집 소바 맛을 ‘옛날 맛’ 혹은 ‘기억 속의 그 맛’으로 규정했다. 소바의 품질을 떠나 옛날부터 이 맛을 꾸준하게 유지해온 것이 이 집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진용 대표는 면에서 살짝 이취가 나는데 냉소다가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츠오부시에서도 비린내가 좀 나는 것 같다고.
    이에 대해 백 셰프는 아마 북어 대가리로 쯔유를 만들어서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소바는 메밀 함량이 무척 낮고 볶음가루를 사용한 대중적인 입맛에 맞춘 메밀 면인 듯하다고 평했다. 원가 때문에 식당 입장에서는 무작정 메밀 함량을 높일 수도 없고, 함량을 높인다고 손님이 모두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정영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어쩌면 손님이 원하는 맛을 제공하는 것이 식당의 미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음식을 제공하려고 해도 손님이 거부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 그러므로 주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음식과 손님이 원하는 최고의 음식,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식당이야말로 좋은 식당이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편안하고 친절한 노포, 낮은 메밀 함량은 아쉬워
    서울 광화문 <미진>

    <미진>은 이른바 3대 소바 집 가운데 하나다. 소바 메뉴로는 냉메밀(8000원)이 있다. 무려 60년이 넘는 노포여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찾아오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 연만한 아주머니들이 친절한 서빙을 제공해 푸근하고 정감 있는 노포 분위기와 어울린다. 구수한 메밀차를 내주고 스테인리스 주전자에 쯔유를 넣어 비치했다. 다른 곳과 달리 김치를 제공하는 것도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쯔유 주전자에 시선을 고정시킨 백 셰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쯔유는 진한 소스에 물을 탄 느낌이지만 나쁘지는 않은 맛입니다. 소바 면은 메밀 함량을 떠나 가장 소바다운 맛이네요. 제가 주인이라면 갈색 계통의 붉은 메밀을 넣어 풍미를 좀 더 높여보고 싶군요.” 
    김진용 대표는 <미진> 소바의 메밀 함량을 대략 30% 정도로 추정했다. 개인적으로 50% 정도로 메밀 함량을 높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지만 굵기는 아주 적당하다고 평했다. 김정영 대표도 공감을 표시했지만 <미진>처럼 오래된 노포들은 길들여진 고객 입맛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히 60년 된 소바를 평가한다는 게 뭣합니다만, 저도 메밀 함량을 높였으면 하네요. 쯔유도 무난한 맛입니다. 일식 소바가 입에 밴 손님이라면 싱겁겠지만.”
    주방에서 주문량보다 소바를 더 내줬다. 이런 푸근한 인정미가 <미진>의 강점이자 점포 이미지를 높여주는 것 같았다. 나중에 패널들이 “오랜만에 김치와 먹는 맛이 좋았다”거나 “면발 길이가 앞의 두 집보다 먹기에 가장 적당한 것 같다”는 평가를 추가했다.
    50년 내공 느껴지는 소바 훌륭하지만 청결했으면...
    서울 북창동 <송옥>

    <송옥> 역시 50년이 넘은 노포 소바 집이다. 소바 메뉴로는 메밀국수(7000원)가 있는데 1인분에 두 판이 나온다. 양이 많은 듯해 인원수보다 적게 주문했더니 인원수에 맞게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소바 집보다 소바 면발이 굵은 편이다.
    김정영 대표는 면을 삶은 상태가 양호하고 쯔유는 단맛이 나지만 충분히 좋은 맛이라면서 50년 내공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단무지가 조금 먹음직스럽지 않아 보이고 내부가 어수선한 느낌은 개선했으면 한다고. 위생이나 청결에 둔감한 것이 대부분 노포들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백익남 셰프도 소바 면에 대해 호평을 했다.
    “쯔유는 지금까지 일산의 <호천당>이 제일 좋았습니다만, 면발만큼은 <송옥>이 최고네요. 쯔유의 단맛이 너무 과해 아쉽군요. 면이 좋은 건 아마도 전분 대신 밀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메밀 함량 낮아도 메밀 면에는 전분보다 밀가루를 쓰는 게 식감이 더 좋습니다.”
    김진용 대표도 전분을 넣지 않아 씹을 때 미끈거리지 않고 단단한 느낌이 나는 것 같다고. 메밀과 혼합된 곡물이 <미진>은 전분이고 <송옥>은 밀가루인 것 같은데 그에 따른 식감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메밀 함량은 20% 정도로 추정했다. 옛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고, 쯔유도 입에 맞는데 면판이 조금 더 청결했으면 한다고.
    백익남 셰프는 <송옥> 면의 색깔이 보다 소바다운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김정영 대표는 요즘에는 원하는 대로 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메밀 면 색깔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용 대표도 그런 측면이 있다며 동의했다. 메밀 공장에서 각종 색깔별 샘플을 비치해두고 식당이 원하는 대로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메밀 애호가 아닌 대중의 입맛에 최적화된 맛
    경기 분당 <그집>

    경기 분당 서현역 앞 <그집>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상의 입지에 힘입어 여름철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신흥 대박집이다. 소바 메뉴로는 메밀국수(7000원)가 있다. 소바가 특이하게도 매우 면발이 얇고 가늘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우 쫄깃쫄깃한 식감을 낸다.
    백익남 셰프는 식탁에 놓인 파와 무즙 상태가 양호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쯔유 재료에 신경을 많이 썼네요. 대파의 밑동만 사용한 점, 살얼음으로 살짝 얼린 점, 무즙도 <송옥>이나 <미진>보다 아주 곱게 갈은 점, 주문하면 금방 소바가 나오는 점 등은 식당으로서 매우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그런데 쯔유에 청주가 좀 과하게 들어간 것 같고요. 면이 약간 쓴 맛이 나는데 저가의 쓴메밀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군요.” 
    이에 대해 김진용 대표는 면발을 얇게 뽑은 것으로 보아 밀가루가 주재료인 면인 것 같은데 색깔은 소바 면발로 제 색깔이 아닌 것 같다고. 여름에 시원한 맛으로 먹을 수는 있지만 소바로서 좋은 품질은 못 된다고 말했다. 업주의 메밀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김정영 대표는 면발이 무척 가늘고 매끄러운데 이런 물성으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메밀 함량은 낮아도 고객 회전율 높이는 데에는 최적화된 면이라고 평가했다.
    면발 좋은 <송옥>과 <미진> 소바가 비교적 우수
    소바 집 순례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느낀 점과 다녀온 소바 전문점의 종합 순위를 매겨줄 것을 요청했다.
    김정영 대표는 메밀은 조리가 까다로운 식재료임을 역설했다. 메밀국수를 20년 넘게 조리했지만 지금도 아차 방심하는 순간 망친다고.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가수량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걸 정확하게 데이터화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메밀국수를 조리하고 판매하는 업주 입장에서 보면 <송옥> - <미진> - <그집> - <청실홍실> 순으로 우수하다고 봤다.
    김진용 대표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메밀 생산량이 가장 많다고 소개했다. 시베리아와 연해주의 넓은 구릉지역에 엄청난 양의 메밀을 경작하고 있다는 것. 세계는 넓고 메밀의 종류는 많으므로 다양한 메밀을 어떻게 활용해볼까를 업주들이 좀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메밀 전문가의 시각으로는 <송옥> - <미진> - <청실홍실> - <그집>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백익남 셰프는 ‘가루’ 탓하는 조리인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메밀, 밀가루, 전분의 배합비율이 적절치 못하면 소바가 제 맛이 안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리인의 눈으로 <송옥> - <미진> - <청실홍실> - <그집> 순으로 꼽았다. 이는 소바의 면발, 쯔유 상태 등 전반적인 사항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의 순위라고 한다.
    새 봄과 함께 시작될 메밀국수 성수기에 대비, 지금 소바를 비롯해 메밀 국수집들은 물 밑에서 메뉴 개발과 상품력 제고 노력 등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과연 2017년도 메밀국수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전개될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청실홍실>  인천 중구 우현로35번길 23-1   032-772-7760 
    <미진>  서울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17호   02-730-6198
    <송옥>  서울 중구 남대문로1길 11  02-752-3297
    <그집>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258번길 42  031-718-5115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서연지(월간외식경영)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