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 맛집^^

'진짜 부산'을 맛보다 (Scrap)

Tony the 명품 2016. 12. 17. 08:55


"부산 관광객들이 맛없는 집 앞에 줄 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 토박이가 추천한 식당을 찾아가 모두 맛보고 괜찮은 곳들을 추렸다.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해 해운대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임을 고려해 1박 2일 맛 여행 동선을 짰다.

입력 : 2016.12.01 04:00

1박 2일간 버스·지하철 타고 다닌 '맛집 여행'

부산이 인기 여행지가 된 지는 이미 오래. 하지만 관광객이 찾는 음식과 식당은 뻔하다. 부산 토박이들은 찾지 않는 '거짓 맛집'도 상당수다. 부산일보에서 맛집 담당을 하고 있는 박나리 기자는 "관광객들이 맛없는 집 앞에 줄 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의 진짜 맛집을 모은 책 '부산을 맛보다'(산지니)를 최근 펴낸 그에게 토박이만 아는 식당·카페·술집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지하철·버스를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란 단서를 달았다. 그가 추천한 식당들을 찾아가 모두 맛보고 괜찮은 곳들을 추렸다.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해 해운대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임을 고려해 1박 2일 맛 여행 동선을 짰다.

부산 맛집 여행 코스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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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밀면: 밀면<사진>

부산역 맞은편 정거장에서 85번 버스를 타고 영도로 갔다. '영선2동주민센터'에서 내리니 동방밀면이 근처였다. 그동안 밀면을 냉면보다 열등한 음식으로 여겼다. 피난 온 이북 사람들이 여러 여건상 제대로 된 냉면은 만들 수 없었고, 대안으로 밀면이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편견이 사라졌다. 주인이 직접 치대 만든 밀가루 반죽을 냉면 제면기에 넣고 뽑은 면은 탱탱했다. 숙성을 잘 시켜 풋내도 없었다. 양념에 비벼 나오는 비빔밀면이 육수에 잠겨 나오는 물밀면보다 낫다. 양념이 맵지도 달지도 않게 조화로웠다. 사골로 만든다는 육수는 인삼 등 한약재 냄새가 살짝 나면서 달큼한 맛이 감돌아 심심한 평양냉면에 익숙하다면 입에 덜 맞을 듯하다. 밀면 4000원, 비빔면 4500원. 영도 꿈나무길 239(영선동), (051)416-9592

물회를 좋아한다면 겨울이라도 대우회센타에 가야 한다. 가늘게 썬 참가자미회와 배추, 배, 당근이 스테인리스 사발에 넘치도록 담겨 나온다. 고추장과 식초를 넣고 쓱쓱 비벼 쌈 싸 먹는다. 그릇이 반쯤 비었을 때 육수에 만다. 물회 1만3000원, 가자미회 5만원. 영도 태종로95번길41(봉래동), (051)412-6336

'고등어 추어탕'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진주식당은 65년 동안 이 음식 한 가지만 해왔다. 그냥 해장국이라 부른다. 시래기가 잔뜩 들어 있는 진한 갈색 국물이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다. 동동 떠 있는 달걀을 풀고 밥 말아 먹는다. 깊고 구수하고 시원하다. 곱게 으깬 고등어살이 미꾸라지 추어탕과 매우 비슷하다. 해장국 4000원. 절영로14번길2(봉래동)

너무 어른스러운 맛에 질린다면 도날드를 권한다. 30년 역사의 즉석 떡볶이 명가. 떡볶이 1인분 1500원, 라면 사리 600원, 달걀 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나 양이 약간 적다. 남항새싹길9(신선동), (051)413-9990

◇남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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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송초밥: 후토마키 (일본식 김초밥·사진)

동방밀면을 나와 '영선위로터리'에서 6·7·9·11·71번 버스를 타면 남포동 번화가로 갈 수 있다. '남포동'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후토마키'를 맛보러 삼송초밥에 갔다. 후토마키는 일본식 김초밥이다. 한 점이 입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다. 단면이 몬드리안 그림 같다.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 오색 구성이 아름답다. 백은 물론 밥이고, 흑은 간장·설탕으로 달콤짭짤하게 조린 박고지, 청은 시금치, 홍은 맨드라미로 색을 입힌 광어살 보푸라기, 황은 폭신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다. 식초로 간한 밥과 달착지근한 재료들이 향긋한 김 안에서 황홀한 조화를 이룬다. 김초밥이 두 점 딸려 나오는 초밥정식을 많이들 주문한다. 아쉽게도 초밥은 밥이 질었다. 김초밥에 쓰는 것과 같은 밥을 쓰는 모양이다. 김초밥 1만3000원, 장어구이 5만원, 초밥정식 2만5000·3만5000·5만원. 중구 광복로55번길13(창선동), (051)245-6305

삼송초밥에서 국제시장을 가로질러 보수사거리 부근으로 가면 수목횟집이 있다. 제철 생선을 모둠으로 낸다. 혼자 먹는다면 회백반이 맞춤하다. 매운탕은 국물이 시원하면서 달고, 생선조림은 간이 절묘하다고 나이 지긋한 단골들은 평가한다. 모둠회 3만원, 회백반 1만원, 회비빔밥 8000원, 매운탕 8000원. 중구 흑교로34 부평맨션 1층, (051)245-3601

너무 배가 부르거나 잠깐 쉬고 싶다면 책방골목 카페 달리가 괜찮다. 달리를 좋아하는 주인이 매달 새로운 작가의 그림을 골라 전시한다. 커피는 주인이 직접 내린다. 핸드드립 커피 4500원, 융드립 커피 6000원. 중구 책방골목길6(보수동), (051)904-0125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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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 생선국<사진>

부산에서 밤새 진탕 마신 다음 날 흔히 복국으로 해장한다. 복국 말고 좀 색다른 생선 국물이 궁금하면 종가집 '생선국'을 맛보시라. 양은냄비에 도톰한 참가자미로 끓인 맑은 국물에 해조류의 일종인 모자반, 미나리, 다진 청양고추를 듬뿍 얹어 낸다. 가자미만으로 끓였다는 국물이 맑으면서도 진하다. 이 국물과 살짝 비릿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감칠맛을 지닌 몰과 산뜻한 미나리, 화끈한 청양고추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하게 끓인 조기매운탕도 훌륭하다. 생선국 1만2000원, 조기매운탕 1인분 1만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갈치구이 2만3000원. 부산진구 부전로96번길31-5(부전1동), (051)816-3677

그래도 복국을 먹어야 한다면 진주복국집이 좋다. 좁은 골목 안 낡고 허름한 백반집 분위기. 복지리·복찌개가 한 그릇 7000원으로 아주 '착한' 가격이다. 큰 솥에 끓인 복국을 1인분씩 스테인리스 사발에 나눠 담아주는 것도 정겹다. 단골들은 공깃밥을 그냥 먹지 않고 "비벼 달라"고 부탁한다. 양푼에 콩나물과 고추장, 참기름, 김 가루를 넣고 맛난 비빔밥으로 만들어준다. 서전로10번길31-11(부전동), (051)802-8428

팔미분식 '김치말이'는 '못생겨도 맛은 좋아'란 말이 딱 맞는다. 다진 김치를 통조림 참치와 함께 볶아 속으로 넣은 김밥을 달걀 지단으로 이불처럼 덮었다. 갓 시집온 초짜 며느리가 처음 만 김밥처럼 흐물흐물 터지기 일보 직전이고, 지단은 모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부쳐낸 듯하다. 하지만 맛은 좋다. 매콤 새콤한 김치와 퍽퍽한 참치, 따뜻한 지단이 잘 지은 밥과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김과 함께 입안에서 허물어지듯 어우러진다. 김치말이 3500원. 중앙대로691번길55(부전동), (051)808-0919

◇남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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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미당: 바질 시폰 케이크<사진 왼쪽>

서면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남천역에서 내렸다. 남천동은 서울 성수동 내지는 상수동과 비슷한 분위기.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세련된 식당, 카페, 술집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중에서 옥미당이 단연 돋보였다. 부드럽고 가벼운 식감이 일품인 시폰 케이크가 대표 메뉴. 바질·마론(밤)·모카·바닐라·초코·유자(각 7000원) 등 다양한 맛의 시폰 케이크가 있다. 제일 유명한 건 바질이다. 허브의 일종인 바질을 곱게 다져 넣고 구운 시폰 케이크를 주문하면 올리브오일이 담긴 작은 주사기 모양 튜브를 케이크에 꽂아준다. 향긋한 바질향과 쌉쌀한 올리브오일이 잘 섞인다. 단맛이 거의 없어 질리지 않는다. 수영구 수영로 402번길14(남천동), (051)612-9602

매일 한정 수량만 만들어 파는 감자 수프(6000원)와 치킨머시룸샌드위치(9000원)가 맛있는 카페 모멘트(051-462-9898), 광안리 최초의 브런치 카페로 이름 날리다 이전해온 브런치 카페 이안(051-628-5791), 체리베리쇼콜라·레몬파이(각 6000원) 같은 케이크로 이름난 어바웃 제이도 남천동에 있다.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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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부부: 화덕 피자<사진>

남천동에서 다시 지하철 2호선으로 해운대로 이동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화덕에 장작불로 구운 피자를 맛보러 이태리부부로 갔다. 첨단 초고층 건물 사이에 이탈리아 해안에 있을 법한 파란 지붕의 작고 흰 건물이 끼어 있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독특했다. 크지도 않은 식당은 절반이 주방. 주인 부부 둘 다 요리사라 일하기 편한 주방에 대한 욕심이 컸단다. 돈벌이 욕심은 작았던지, 손님이 앉을 자리는 10여 석에 불과했다. 손님이 더 찾아오면 감당하기 벅차 하는 눈치였으나, 피자와 파스타가 맛있어 소개는 해야 할 듯싶다. 치즈를 뿌려 바삭하게 튀긴 새우와 루콜라, 바질, 방울토마토를 올린 '시오리 피자'(1만8000원), 달걀을 깨 얹은 '비스마르크 피자'(1만7000원)가 대표 메뉴. 동백로29(우동), (051)741-3340

해운대 미포 참새방앗간은 조개찜 맛집이다. 동죽, 모시조개, 가리비, 전복 등 8~9가지 조개 가짓수도 다양하지만 양도 풍성하다. 새우, 달걀, 어묵까지 더해져 작지 않은 냄비가 터져나갈 지경이다. 무채를 얹은 토마토 김치 등 반찬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창작 요리 수준. 게다가 어떤 날은 한식, 어떤 날은 양식 스타일로 그날그날 바뀐다. 조개를 다 먹고 남은 육수에 수제비를 끓여 먹으면 뿌듯하게 배가 불러온다. 조개찜 3만8000·4만9000원(중). 달맞이길62번길50(중동), (051)743-6120

전망만큼은 전국 최고의 만화방일 듯하다. 고층빌딩 18층에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 키스에서는 해운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장료 10분 400원, 불고기·돈가스 세트 각 8800원, 달걀라면 40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마린시티2로2(우동) 마린파크 18층, (051)731-1805

◇초량·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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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양분식: 돈가스

스완양분식은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가 싸고 푸짐하다길래 왔는데, 맛까지 훌륭했다. 돈가스와 함박은 물론이고 수프와 소스까지 직접 만든다. 시판 가루에 물만 부어 끓인 수프와 달리 풀처럼 지나치게 되직하지 않고 기분 좋은 감칠맛과 고소함이 녹아들어 있다. 소스도 너무 시거나 달지 않으면서 깊이가 있다. 돈가스는 도톰하니 씹는 맛이 있어서 5000원짜리라고 믿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매축지 마을에 있다. 부산 사람들이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낡고 쇠락한 민낯일지 모르나,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를 스완양분식이 있는 건물 위층에서 찍었고, 촬영 당시 그가 여기서 돈가스를 먹었다고 해 화제가 됐다. 원빈은 함박스테이크만 두 번 먹었다고 한다. 돈가스·오므라이스·김치볶음밥·오징어덮밥 5000원, 함박스테이크·비후가스 6000원. 찾아가기 조금 번거롭다. 지하철 1호선 좌천역에서 내려 육교로 경부선 철로를 건너야 한다. 동구 성남이로22(범일동), (051)634-2846

명성횟집은 부산 토박이들이 "어묵탕의 기준"으로 꼽는 식당 중 하나다. 1968년 문 연 노포. 혼자서 먹기엔 각종 오뎅이 국물과 함께 큰 사발에 나오고 밥이 딸린 오뎅(어묵)백반(7000원)이 알맞다. 국물은 사골을 기본으로 각종 해산물을 더해 끓인다. 여러 재료에서 우러나온 맛이 켜켜이 쌓여 깊고도 넓다. 오뎅탕 2만5000·3만·3만5000원, 생선회+오뎅탕 5만·6만·7만원, 회백반 1만2000원. 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에서 가깝다. 고관로128-1(수정동)

◇부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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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국밥:돼지국밥<사진>

부산역은 부산진역에서 2정거장밖에 안 됐다. 부산 여행을 마무리하기엔 돼지국밥만 한 게 없을 듯하여 청춘국밥에 갔다. 돼지국밥집에서는 대개 양념장(다대기)을 넣어준다. 국밥 국물 맛을 보기도 전에 양념장 맛이 섞이는 게 불만이었다. 이곳 돼지국밥은 소금간도 돼 있지 않다. 대신 천일염 중에서 가장 비싼 토판염과 질 좋은 새우젓이 딸려 나온다. 국물이 설렁탕처럼 뽀얗지만 훨씬 가볍고 산뜻한 감칠맛이 난다. 들어간 고기도 비싼 삼겹살만 쓴다. 양념장이 들어간 돼지국밥을 선호하면 얼큰섞어국밥을 시키면 된다. 돼지국밥·순대국밥·섞어국밥·얼큰섞어국밥 각 7000원. 동구 중앙대로 191(초량동), (051)465-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