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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드물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거리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을 향한다. 시원하게 뚫린 8차선 도로와 그 앞에 펼쳐진 예술의전당의 웅장함 때문일까? 아니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공간에 왔다는 심리적 여유 때문일까? 그곳에 가면 도심의 긴장과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움이 차분하게 공존한다.
예술의전당 정문에서 큰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기저기 테라스가 딸린 카페가 눈에 띈다. 혼자서 전시·공연 팸플릿을 들척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부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예술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무리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넓은 도로, 북적대는 차, 고층 빌딩들…. 여느 도심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꿈틀대는 예술의 자취가 일상의 모습을 살포시 덮어주는 듯하다. 예술의전당 거리에서 악기 전문 숍 다음으로 많은 것이 카페다. 대부분 직접 원두를 볶아 내리는 핸드드롭 스타일의 커피가 많다. 빠르게 내려 마시는 도심의 커피 문화와는 달리 정교하고, 예민하고, 섬세하고… 커피 하나까지도 예술인의 향취가 배어 있는 듯하다.
예술의전당 거리의 또 다른 재미는 극과 극의 조화다. 눈에 보이는 거리를 걷다 보면 이국적이고 앤티크한 카페들과 커피 향이 어우러져 마음까지도 이국에 온 듯 들뜨게 만든다. 반면에 크고 작은 골목에서는 친숙한 한식 밥집들이 발견되어 구수하고 친근한 마음이 든다. 공연을 보는 사람과 공연을 하는 사람이 모두 하나가 되어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예술의전당 거리에 있는 맛집이다. 무대 위에서 땀 흘린 배우들의 훈훈한 뒷이야기가 가득한 부대찌개 집부터 예술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를 거침없이 토론할 수 있는 관객들이 모이는 앤티크 카페까지...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있을법한 그런 공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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