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작정 배낭하나....

느릿느릿, 봄날의 기차 여행 (펌)

Tony the 명품 2011. 3. 21. 20:57

느릿느릿, 봄날의 기차 여행
따스한 햇살에 몸과 마음이 녹작지근해지면 노스탤지어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싣고 따라가다 보면 작은 간이역 어디서 잊혀진 그 향기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봄날의 이미지는 파편적이다.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 학교 옆 담벼락 아래서 가녀리게 울어대던 병아리, 나뭇가지에 돋아나기 시작한 연두색 나뭇잎, 뒷동산 수풀 위로 튀어오른 청개구리, 차가운 땅 위로 힘겹게 고개를 내민 투명하고 맑은 봄나물. 바람 속에서 완연한 봄의 기운이 묻어나는 봄. 도시를 등지고 그날의 이미지를 찾아 기차에 몸을 싣는다. 땅 끝으로 이어진 그 철길 어디쯤에서 사라진 봄의 심상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동해의 관문을 넘나드는 기차, 통리역
태백선 열차는 서쪽 마루로 올라온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자리한 추전역의 정점을 거쳐 통리역에 이른다. 통리역부터 동해까지는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철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스위치백 열차에서 진정한 산악철도의 백미를 맛볼 수 있다.

꽃 세상으로 뛰어드는 기차, 통해역
진해 해군 사령부 내에 있는 통해역은 창원에서 진해로 이어지는 진해선의 종착역이다.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지만, 벚꽃이 만발하는 군항제 기간에는 일부가 개방된다. 서울에서 KTX를 이용하면 동대구역이나 밀양역에서 진해행 새마을호 열차로 환승이 가능하다. 봄이면 흩날리는 벚꽃들로 온통 꽃길이 되는 진해선 열차는 하루 4회 왕복할 뿐이지만, 벚꽃 축제 기간에는 임시 셔틀 열차를 추가로 운행한다.


강줄기를 좇아가는 기차, 나전역과 아우라지역
강원도 정선군의 조양강변 한자락에 있는 나전역은 정선선의 간이역으로, 1969년에 개통하여 현재까지 목조 역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열차는 하루 2회 왕복하며 원주, 평창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42번 국도와 함께 여유롭게 흘러가는 조양강이 옆으로 지나간다. 아우라지역은 정선선 철도의 종착역으로, 1971년에 시작되었다. 역무원이 없으므로 기차 내에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열차는 하루 2회 왕복한다. 기차를 놓쳤다면 레일 바이크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육지 속의 섬으로 떠나는 기차, 용궁역
경북선 가운데 점촌-영주 구간은 거의 폐역선과도 같다. 살아 있는 역은 용궁, 개포, 예천, 어등역의 단 4개뿐인데, 그중에서 용궁역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에 자리한 회룡포 마을을 지척에 두고 있다. 용궁역의 역장은 명예직으로, 현재는 인근 토박이인 50대 아주머니가 역장으로서 일주일에 3~4회씩 청소는 물론 화단을 정비하여 손님을 맞고 있다. 예전에 KBS <1박2일>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으며, 열차는 하루에 4회 운행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기차, 치악역
급경사에 약한 기차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루프 터널이다. 루프 터널은 뱀이 똬리를 튼 모양과도 같다고 해서 똬리굴이라고도 부르는데, 국내의 루프 터널은 치악산과 소백산에 총 세 곳이 있다. 치악역은 1956년에 개통되었으며, 한때는 여객열차가 정차하였으나 1977년 이후부터는 간이 시설의 역할만 하고 있다. 치악역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두 개의 기찻길이 위아래로 엇갈리고, 그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진 산간마을의 풍경에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마을과 마을을 도는 기차, 원죽역
장항선은 ‘곡선의 천국’이란 별명이 있었다. 천안에서 장항까지 충청남도 평야지대를 달릴 때 수시로 급곡선을 돌아나가기 때문이다. 곡선도 그냥 곡선이 아니라 수시로 S자 모양의 철길이 이어졌다. S자 모양의 곡선을 굽이도는 기차는 율동감 있는 풍경을 만든다. 곡선 철도인 장항선은 작은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었다. 때때로 관심이 지나쳐서 골목길을 가듯 민가의 대문 바로 앞을 지나기도 했다. 위험천만하지만 한편으론 정감 넘치는 풍경이다. 원죽역은 장항선 최후의 간이역으로,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폐역이 되지는 않았다.

바다를 향해 달리는 기차, 정동진역
푸른 동해와 맞닿아 있으며, 강릉에 자리한 영동선의 역이다. 1962년에 개통해 지금까지 옛 역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로 유명하며, 일출의 명소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열차를 이용하면 닿을 수 있다. 약 7시간이 걸리므로 야간열차를 이용해 해돋이를 보는 코스가 보편화되었다. 과거와 달리 어촌마을은 카페와 모텔로 넘쳐나고 뒷산에 커다란 유람선까지 올라앉아 있어 번잡하기 그지없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드는 평일에 찾는다면 그나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맨즈헬스 (2011년 3월호) | 기자/에디터 : 성열규 / 사진 : 조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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